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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장애는 넘어지는 것 아닌 뛰어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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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씨 등 장애 청년 3인, 따뜻한동행 '토크콘서트'서 강연

조선일보

/따뜻한 동행


"딱 오늘 하루만 더 견뎌보세요. 그렇게 버티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와 있더라고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삼성동 올림푸스홀. 휠체어에 앉아 열변을 토하는 김예슬(30·사진)씨의 말에 청중 200여 명이 귀를 쫑긋 세웠다. 자신을 "무한 긍정주의자"라고 표현한 김씨는 일곱 살 때 갑자기 찾아온 횡단성 척수염으로 두 다리를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다. 주위 사람들은 "희망을 가지라"며 김씨를 동정했다. 김씨는 장애가 주는 한계에 굴하지 않았다. 휠체어를 타고 미국 어학연수와 인턴십,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장애인이라 우대받는다"는 말이 듣기 싫어 수시전형으로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고, 장애인 특채가 아닌 대졸 신입 공채로 입사했다. 김씨는 현재 KT에서 6년째 디자이너로 근무 중이다. 그는 이달 말 스웨덴으로 유학을 떠난다. 또 다른 도전에 나선 것이다.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을 설계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이 주최한 '따뜻한동행 토크콘서트'. 2010년 한미글로벌이 설립한 따뜻한동행은 '장애 없는 세상'을 목표로 그간 53명의 장애인에게 4억2000만원 상당의 첨단보조기구를 지원했다. 이날은 재단의 지원을 받아 세상에 우뚝 선 청년 장애인 작가 3명이 무대에 올라 희망의 응원가를 전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근무 중인 노선영(30)씨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수화를 사용해 타인과의 의사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의 어머니는 "인생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포기"라며 노씨를 독려했다. 노씨는 글쓰기에서 답을 찾았다. 글을 통해 남들을 이해했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대문호들의 고향인 아일랜드로 날아가 잠시 살기도 했고, 2014년에는 에세이집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을 펴내기도 했다. 지금은 더 많은 이와 글로 소통하고 싶어 5개 언어를 공부하고 있다. 노씨는 강의 내내 "장애는 뛰어넘는 것이지 걸려 넘어지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록그룹 '더크로스'의 보컬 김혁건(36)씨도 무대에 올랐다. 김씨는 지난 2012년 불의의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재단의 지원과 함께 피나는 노력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았다.

이날 따뜻한동행은 평창패럴림픽 준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컬링 국가대표팀에 무선송수신 훈련 장비를 지원했다. 김종훈 이사장은 "앞으로도 첨단보조기구 지원과 토크콘서트 등을 통해 장애 청년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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