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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최저임금' 직격탄 맞은 편의점…가맹점 지원책 마련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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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1060원)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편의점 가맹점주와 가맹본부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점포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편의점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최저임금 상승분의 일정부분을 편의점 본사 차원에서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본사 차원에서 가맹수수료나 제품 공급비를 낮춰주는 지원책을 내놓지 않으면 인건비 부담 문제로 폐점하는 경우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편의점 수익은 프랜차이즈 본사와 점주가 계약에 따라 일정 비율로 나눠 갖는다. 편의점 운영시간, 장소 임차지원 여부 등 계약조건에 따라 가맹본부가 매출총이익(매출액에서 제품 구입 원가를 뺀 금액)의 35~5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점주는 수수료를 뺀 매출총이익에서 임차료와 인건비, 공과금 등 영업비를 제외한 수익을 얻는다. 하나대투증권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도 편의점 가맹점주 평균 수익이 14%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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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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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업계 ‘폐기상품 비용 지원·보너스 제공 등 지원책 마련 고심’

편의점 업체들은 각사 영업이익률이 1~4%에 불과해 가맹 수수료 인하 등 인건비 상승에 대한 즉각적인 대안을 당장 꺼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가맹수수료를 1%p 인하할 경우, 2018년 매출 총이익이 약 300억~400억원 줄어들고 영업이익은 추정치 대비 약 10~1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편의점 업체들은 가맹수수료를 낮추기보다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하는 제품에 대한 일부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이나 점포별 매출 규모에 따른 인센티브(포상금)를 제공하는 방안, 인건비 절감을 위한 야간 영업시간 자율화 방안 등의 지원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편의점협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이 편의점 업계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협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데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편의점 업체별로 초기 투자금에 따른 계약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가맹수수료 인하나 비용 지원 등의 대응책은 각 사업자가 점주들과 상의해 결정할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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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서 관련 위원들이 협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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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대국’ 일본의 경우 올해 5월 3대 주요 도시권 기준 평균 아르바이트생 시급이 최초로 1000엔을 돌파하자 ‘폐기 상품 비용 지원’, ‘수도세·전기세 등 점포 운영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가맹점주를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이같은 조치는 가맹본부 수익성을 꾸준히 악화시키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추가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GS리테일 수도권 지역 점포 개발 관계자는 “편의점 가맹본부는 점주 본인이 휴일없이 한달에 매일 8시간씩 일하는 것을 감안해 순이익이 250만원을 넘을 것으로 보이면 점포 개설을 진행한다”며 “최저임금이 4500~5200원 수준이었던 2012~2014년 무렵 순익 250만원을 목표로 점포를 연 점주들은 내년 인건비가 그당시보다 최대 67% 이상 늘어나게 돼 한달 내내 일해도 200만원을 벌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편의점 점포당 매출, 갈수록 하락세…포화 우려 커져

가맹본부나 정부의 도움없이 편의점 가맹점주들 스스로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버티려면 매출을 늘리거나 아르바이트생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유통업계 매출동향을 보면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의 점포당 매출액 증감율은 지난 2월 -3.5%, 3월 -1.9%, 4월 -2.4%로 도리어 줄었다.

이는 2012년 2만4559곳이었던 편의점 수가 지난해 3만2611곳으로 급증하는 등 점포별 경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편의점 1곳당 인구 수는 1995년 2만8380명에서 2005년 5420명, 지난해 1700명 안팎(업계 추정치)으로 급감했다. 1800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일본보다 인구수 대비 편의점이 더 많다는 분석이다.

편의점주 연합체인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안 그래도 점포끼리 경쟁이 심해지는데, 아르바이트 비용까지 늘면 점주가 한달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12시간씩 근무를 해도 한계가 있다”며 “가맹수수료를 깎아주든, 제품을 싸게 공급해주든 본사 차원에서 직접적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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