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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핀테크 모여라"...합종연횡 전선 확대하는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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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간편송금 앱 ‘토스(Toss)’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는 P2P(개인간 대출)업체들에 새로운 제안을 했다. 토스 앱을 플랫폼 삼아 P2P투자를 하도록 ‘입점’을 권한 것이다.

P2P업체 1위사인 테라펀딩의 양태영 대표는 이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당시 개인당 투자 한도를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정부의 규제로 소액 투자자를 6만명 가량 더 모아야 한다는 막막한 숙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스는 다운로드 수가 1000만회에 달해, 고객 접점을 늘리는 채널로 제격이었다. 이 대표에게도 테라펀딩을 토스에 연동하는 것은 유리했다. 테라펀딩은 당시 누적 투자액이 1000억원에 달하는 업계 1위사였다.

두 대표의 만남은 성공적이었다. 이들은 가이드라인이 시행된지 딱 11일만인 지난 달 9일부터 서비스를 연동했다. 한달만에 토스에서 모집되는 금액은 테라펀딩의 7월 현재 총 투자액의 20%를 넘겼다. 특히 지난 4일 열렸던 제326차 가평 24세대 연립주택 2차 모집 건은 투자 금액의 27.3%가 토스에서 모집됐다.

조선비즈

왼쪽부터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사진=이승건 대표 페이스북, 조선일보DB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간편 송금, P2P, 보험 카드 등 각각의 전문영역에서 한 우물을 파던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이제는 다른 핀테크 업권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은행 등 기존 금융사와 손을 잡는 것을 넘어 이제는 일정 궤도에 오른 스타트업들이 서로 서비스를 공유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과정 등이 고착화된 기존 금융권과는 달리 이 회사들은 서비스를 고객 필요에 의해 붙였다 떼었다 하는 것이 자유롭다.

토스는 지난 4월 말부터 해외여행보험도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보험 공동구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바이유’와 제휴해 한화손해보험의 보험을 평균 15%정도 저렴하게 팔고 있다. 인바이유를 운영하는 엘케이엠에스리미티드(LKMS)는 토스에 입점한지 약 2개월 반만에 2530명의 가입자를 모집했다고 밝혔다.

이승건 대표는 “새로운 서비스를 처음부터 만들면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점을 감안했고, P2P대출과 해외여행보험 등 이미 핀테크 업권에서 잘 만들어놓은 서비스들이 있어 이들과 함께 하면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면서 “많은 핀테크 기업들을 (토스에) 붙여서 함께 커 나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상품추천’에서 시작해 맞춤형 자산 관리로 사업 모델을 확장하는 핀테크 업체도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혜택을 입력하면 신용카드를 추천해주던 ‘뱅크샐러드’는 지난 4월 종합 가계부 앱으로 서비스를 개편했다.

뱅크샐러드는 지난해 은행 예·적금 상품 비교 기능을 덧붙였다. 이후 공인인증서로 인증을 하면 통장 거래 내역과 카드 사용 내역을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는 모바일 앱 ‘뱅크샐러드’를 내놓았다.

핀테크 벤처 연합인 데일리금융그룹의 자산관리 앱 ‘브로콜리’는 주가 탭에서 데일리금융그룹 내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인 '뉴지스탁'의 화면을 빌려왔다.

보험 관리 플랫폼 ‘보맵’을 내놓은 레드벨벳벤처스도 토스 등 다른 핀테크 업체와의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금 간편 청구 서비스에서 시작해 이용자가 가입한 보험 재설계와 상담 서비스로 영역을 넓혔다. 보험사 출신 보맵 컨설턴트들이 “매달 납부하는 보험료의 수준이 동일 연령대의 평균 보험료보다 높으니 이 부분을 줄여도 될 것 같다”는 등의 무료 조언을 해주는 것이다.

류준우 보맵 대표는 “핀테크 영역에서도 종합 플랫폼이 충분히 탄생할 수 있다. 은행 앱에서 보험에 가입할 수도 있을 것이고,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금융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훗날에는 크게 성장하는 업체가 인수합병(M&A)이나 제휴 등을 통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아 기자(w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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