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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버스기사 10명중 6명 "졸음운전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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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고속·시외버스 운전자의 10명 중 6명이 운전 중 졸음을 경험했고, 5명 중 1명은 졸음이 실제 교통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의 버스 운전자들은 바쁜 운행에 쫓겨 휴식할 곳을 찾을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졸음을 참고 목적지까지 무리한 운행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교통안전공단의 '고속도로 졸음운전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운전자 중 69.5%가 "운전 중 졸음이 온다"고 답했고, 이 중 56.8%는 "실제 졸음운전을 경험해 봤다"고 답했다. 졸음운전 경험자 5명 중 1명(19%)꼴로 졸음운전이 실제 교통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나 위험성이 여실히 입증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화물차와 고속·시외버스 등 대형 차량에서 졸음운전 경험이 특히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고속·시외버스 운전자 중 60.9%는 졸음운전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화물차 운전자는 63%에 달했다.

대형 차량 운전자가 졸음운전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졸음이 올 때 휴식할 곳을 찾는다"는 응답은 일반 운전자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운전자 중 90%는 졸음이 오면 휴식할 곳을 찾는다고 답했지만 화물차 운전자는 71%에 머물렀다. 심지어 졸음운전을 경험한 버스기사의 55%는 "목적지 또는 다음 휴게소까지 참고 달린다"고 응답했다. 지난 9일 빗길에서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2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부고속도로 버스 사고가 '예고된 참사'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고속·시외버스 운전기사들의 하루 평균 운전시간은 10시간이 넘었고, 기사들은 졸음운전의 최대 원인으로 피로 누적(61%)을 꼽았다. 고속·시외버스 기사들이 자가용(37%), 전세버스(53%), 화물차(55%) 운전자들보다 피로 누적에 따른 졸음운전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는 의미다.

2015년 보건학논집에 발표된 '버스 운전기사의 근무환경이 건강행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도 열악한 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의 근무 환경이 그대로 확인됐다. 버스 운전기사 3명 중 2명(66.7%)은 "화장실을 제때 이용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물 섭취를 1병 이하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 중 하루 물 섭취량이 250㎖ 미만, 500㎖ 미만, 1000㎖ 미만인 경우가 각각 30%, 52%, 80%(누적치)로 대부분의 버스 운전기사가 물을 필요량보다 적게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하루 적정 물 섭취량은 1.5~2ℓ다.

반면 커피는 90.5%가 하루 1잔 이상, 12%가 하루 4잔 이상 마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버스기사들은 1주일 평균 12.7회를 마셔 일반인(8.6회)을 상회했다. 피로를 쫓기 위해 물보다 커피를 더 많이 마시고 있다는 얘기다.

버스기사들이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 노출된 경우도 다수 확인됐다. 진단받은 적이 있는 질환 중에서는 고혈압이 33%로 가장 높았고, 과민성 방광 증후군도 높은 수치(경증 15%, 중등증 7.8%)를 기록했다. 이들 질환은 장시간 좌식 생활과 불규칙한 식사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유준호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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