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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하루 16시간 운전… 도로마다 '과로 버스'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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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道 졸음운전 버스기사, 전날 18시간 이상 근무하고 아침에 출근해 또 운전대 잡아

日·EU 등 하루 9시간 엄격 규정… 한국은 노사 합의하면 제한없어

출고때 최고속도 110㎞ 제한… "80㎞ 이하로 낮춰야" 지적도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7중 추돌 사고를 낸 광역버스 운전기사 김모(51)씨는 전날 18시간 이상 근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순수하게 운전대를 잡은 시간만 16시간이었다. 지난 8일 밤 11시 10분쯤 퇴근한 그는 이튿날 오전 7시 출근했다. 8시간도 채 못 쉰 것이다. 그는 경기도 오산에서 서울 사당동으로 세 번째 운행에 나섰다가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오후 2시 40분쯤 신양재나들목 부근에서 K5 승용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K5에 타고 있던 50대 부부가 그 자리에서 숨졌고 총 8명이 부상했다. 김씨는 경찰에 "졸음운전을 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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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50대 부부의 목숨을 앗아간 버스 기사는 하루 16시간씩 운전을 했다. 국내 대중버스 기사들의 근로 상황도 다르지 않다. 사고 현장을 표현한 일러스트. /이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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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하루 16시간 이상 운전대를 잡는 버스 기사들에게 안전을 맡기고 있다.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시간이 하루 8시간, 주(週) 40시간으로 돼 있다. 그러나 버스 운전기사는 노사가 합의하면 얼마든지 초과 근무할 수 있다. 운수업은 근로기준법상 예외 적용이 가능하다.

김씨가 소속된 '오산교통' 노사는 지난해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순수 운전만 하루 16시간 30분까지 가능하도록 합의했다. 이렇게 이틀 일하면 하루 휴무가 주어진다. '오산교통'만의 상황이 아니다. 대다수 대중버스 기사가 비슷한 근무 조건에서 일한다. 운수사업법에 '마지막 운행이 끝난 시각부터 다음 첫 운행 때까지 반드시 8시간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실제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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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는 시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대중교통 기사가 장시간 운전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한다. 일본의 대중버스 기사의 최대 운전 시간은 하루 9시간, 주 40시간이다. 유럽연합(EU) 버스 기사들도 하루 최대 9시간까지만 운전할 수 있다. 미국은 10시간이다.

정부는 지난 2월 '버스·트럭 등 대형 차량 운전자는 4시간 연속 운전하면 최소 30분 의무 휴식' 규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 규칙)을 만들었다. 한 번 운행이 길어도 3시간 이내인 시내·광역버스 기사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버스의 최고 제한 속도를 시속 80㎞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11인승 이상 대형 버스는 차량 출고 시 최고 속도를 시속 110㎞로 제한한다. 하지만 불법으로 이런 '속도 제한 장치'를 해제하고 과속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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