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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이슈플러스] 30분간 휴식제 의무화에도 또 졸음운전 사고…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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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사업장 준수 여부 점검 난항 / 졸음방지 장치 상용화 수년 걸려 / 실효성 논란 커져 정부 대책 고심

세계일보

경기도 평택에서 3.5t 화물차를 운전하는 이모(70)씨는 2015년 8월 대구로 장거리 운전을 하다 사고를 당한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터널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둔탁한 소리와 함께 차가 심하게 흔들렸던 것. 졸음운전이었다. 이씨는 “나도 모르게 잠깐 잠이 들어버렸다”며 “다행히 주변에 다른 차들이 없어 내 차만 조금 찌그러졌지만 대형사고가 날 뻔했다”고 말했다.

소형 화물차를 모는 이모(61)씨는 대형차들을 볼 때면 무서움을 느낄 때가 많다. 맑은 정신으로 운전을 하는 건지 의심스러워 “그 사람들(대형차 운전자들)을 깨우려고 일부러 경적을 울린다”고 한다. 이씨의 걱정은 대형차 운전자들의 근무 여건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씨는 “버스를 운전하는 친구들의 경우 혼자서 4∼5시간 달리면 졸음이 올 수밖에 없는데 배차시간에 맞추느라 무리를 한다”고 말했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사고 발생 땐 사망률이 일반 교통사고의 1.7배에 달해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정부는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려운 데다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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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3∼2015년 매년 졸음운전으로 5000명 가까운 부상자와 100명 안팎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해의 경우 2433건의 사고로 98명이 숨지고 4899명이 다쳤다.

졸음운전의 원인으로 과로로 인한 체력저하와 수면부족이 가장 많이 꼽힌다. 대형차 운전자들은 과도한 운전으로 인한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전날 서울 서초구 원지동 경부고속도로 신양재나들목 인근에서 2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사고를 낸 광역버스 운전기사 김모(51)씨도 경찰 조사에서 “과로로 운전하던 중 깜빡 정신을 잃었다”고 진술했다.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판단한 경찰은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조만간 신청할 방침이다.

또 졸음이 올 때면 이용할 수 있는 휴게소나 쉼터 등도 드문드문 있다 보니 제때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운전자들의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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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지난해 교통안전공단에서 ‘버스 운전자 졸음·부주의 운전 모니터링 장치’를 개발한 데 이어 지난 2월 운수업 종사자들의 과로를 방지하기 위해 ‘4시간 운전 후 30분 휴식’, ‘퇴근 후 최소 8시간 휴식’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관련법 시행령이 개정돼 현재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졸음방지 장치는 상용화까지 2∼3년이 걸릴 전망이고 휴식 의무화는 당국에서 운수사업장을 일일이 점검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일단 전국 232곳의 졸음쉼터를 2020년까지 30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교통안전공단 하승우 교수는 “시설과 장치 등을 마련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운전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운전자들의 휴식 시간이 제대로 마련돼 있는지 전문기관이 모니터링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정기영 교수(신경과)는 “수면부족으로 인한 졸음은 커피나 에너지 음료를 아무리 마셔도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지속해서 운전하게 되면 결국 졸음운전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이창수·김범수·배민영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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