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경기도 오산시와 서울 사당역을 오가는 광역버스 M5532에 탔다. 전날 서울 양재IC 인근 고속도로에서 앞에 가던 승용차를 덮쳐 신모(58)씨 부부를 숨지게 한 버스와 같은 번호의 버스다. 운전기사 김모(64)씨는 “배차 간격을 맞추기가 빠듯하다. 조금이라도 더 쉬기 위해 속도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운전대를 잡은 그는 껌을 씹고 창문을 열고 자세를 고쳐 앉으며 졸음을 쫓으려 애썼다.
9일 고속도로로에서 두 명이 숨지는교통사고를 낸 M5532 광역버스 노선도. 여성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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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광역버스 운전기사가 10일 빗길을 달리고 있다. 여성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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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교통 인근에 있는 운수회사 기사들은 “이틀 근무하고 하루 휴식하는 근무 패턴의 회사가 많지 않다. 대개는 하루 근무하고 하루 쉬는 형태다”고 말했다. 사고를 낸 김씨의 동료들은 “딸 셋을 키우려면 돈이 더 필요해 이틀 근무 후 하루 휴식 조건을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산교통 차고지에 주차된 버스들. 여성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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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고 없는 날' 이란 문구가 붙어 있는 오산교통 차고지. 여성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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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따르면 모든 버스기사는 2시간 근무시 15분 이상을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 오산교통 측은 “2시간 이상 4시간 미만 근무시 15분간의 휴식 시간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사들의 얘기는 달랐다. 오후 4시 차고지 식당에서 기자를 만난 버스기사 양모(63)씨는 “비가 많이 내리고 운행이 늦어져 제대로 쉬지도 못해 점심도 못 먹었다. 하루 첫 끼가 저녁밥이다”고 말했다. 이날 버스를 운행하다 차량 고장이 나서야 들어와서 쉬는 중이라는 버스기사 최모(55)씨도 “허울 뿐인 법을 뭐하러 만들어놓는지 모르겠다. 오래 이 일을 했지만, 이렇게 못 쉬고 힘든 일도 없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M5532번은 버스 5대가 해당 노선 전 시간대를 맡고 있다.
오후 4시에 뒤늦은 점심 식사를 하는 오산교통 소속 기사들. 여성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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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여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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