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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서 남 주는 ‘서로서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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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용산구의 주민 주도 평생학습…구민 수강생이 강사로 재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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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 전문 강사 박선희씨가 지난달 29일 용산구 평생교육관에서 열린 ‘서로서로 학교’ 정리 수납 강좌에서 티셔츠 개는 요령을 수강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용산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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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전 용산구 공용주차장 건물 2층 평생학습관 강의실. 강사가 시청각 자료를 보여주자 수강생 10여명이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수납공간의 70~80%만 수납한다’ ‘한번에 열고 닫도록 간편하게 수납한다’ 등 일생생활에 유용한 옷장 정리정돈의 요령을 담은 내용이 화면에 뜨자 필기보다 간편하게 휴대폰에 담아두는 것이다. 무료 강의이지만 강사가 시청각 자료까지 준비해 수납 요령을 알기 쉽게 가르쳐주자 수강생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이날 강의는 용산구가 지난해 시작한 ‘서로서로 학교’의 3기 강좌 중 하나인 ‘생활소품 디아이와이(DIY)와 함께하는 정리 수납’. 전주에는 냉장고 정리정돈을 다뤘고, 다음번에는 우유 팩과 페트병을 활용하는 수업을 한다.

이날 강의를 듣던 이간남(62)씨는 “지난주에 냉장고 정리정돈을 배웠는데, 쇼핑백을 이용해 수납하는 방법이 아주 유용해 시집간 딸한테 자랑했더니 딸도 해보겠다고 나섰다”며 “나 자신도 정리정돈을 잘 못하는 편인데 서로서로 학교 강좌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서로서로 학교는 용산구청의 주민 주도 평생학습의 하나로 특정 분야에 재능을 가진 구민 강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예전에 강습생으로 구청 산하 기관의 강의를 들었던 구민들이 강의 내용을 익혀 강사로 나서서 재능기부를 하는 강좌가 많다. 지난 6월12일부터 시작된 3기 서로서로 학교 5개 강좌 중 ‘여행을 위한 필수 영어회화’ 등 3개 강좌의 경우 구청 수강생 출신 강사가 진행한다.

정리 수납 수업의 강사인 박선희(52)씨도 2014년 용산구에서 한 정리 수납 2급 과정을 듣고 “나한테 맞는 강의”라는 생각에 내쳐 1급 강의까지 듣고 강사 과정까지 섭렵했다. 강사 자격증을 딴 뒤 2015년부터 정리 수납 강사로 나서고 있는 박씨는 “극성스럽게 키운 아이 둘이 다 떠나면서 빈둥지증후군으로 힘들었는데, 강의를 들으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정리 수납 컨설팅을 하면서 재능기부 강의까지 하니까 친구들이 부러워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용산구에서 나고 자라 용산 토박이인 박씨는 “배우는 것이 너무 좋아서 현재 취득한 자격증만 10개가 넘는다. 이 모든 게 무료 수강으로 쌓은 실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서로서로 학교는 전문강사가 아니어도, 특별한 강의 기법이 없어도 열정 있는 용산구 주민이면 강사로 나설 수 있는 점이 여느 강좌와 다른 점이다. 3기 학교에서 여행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 김흥권씨도 영어권 나라에서 7년간 살았던 경험을 살려서 재능기부 신청을 했으며, 평소 자녀 교육에 관심에 많은 이채곤씨가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드는 부모 되기 수업을 맡았다. 또한 강의 내용도 정리 수납 노하우, 뜨개질, 해외여행 완전 정복,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드는 부모 되기, 나만의 민화 작품 완성하기, 오카리나 배우기, 외국어 등 실생활과 밀접한 주제다.

용산구는 5명 이상의 학습공동체가 학습 장소를 마련하고 원하는 강좌를 요청하면 강사를 파견하는 ‘서로서로 학교 MOVE’도 운영하고 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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