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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요즘 어떻게 지내?"…그랜저 하이브리드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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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쓰여진 시승기-12]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Q) 보기 중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봤을 때 어울리는 대답은?

1) 난 잘 지내. 너는?

2) 그랜저

2008년 현대자동차에는 2번이 답이라고 생각했던 직원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당시 현대차는 4세대 그랜저의 페이스리프트 '그랜저 뉴 럭셔리'를 출시하며 아래와 같은 광고를 방영했다. 일부 교과서에는 물질만능주의의 사례로 이 광고가 인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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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현대차가 그랜저IG로 똑같은 광고를 해 교과서에 등장한다면 '물질만능주의' 사례로 소개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랜저에서 럭셔리 이미지는 이제 거의 퇴색했다. 현대차에서 그랜저가 차지했던 고급차 이미지는 제네시스 몫이 됐다. 지난해 말 출시된 그랜저가 젊은 감성의 디자인을 강점으로 내세우게 된 건 바로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고급차 수요층은 제네시스로 보내고 이전보다 어린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오빠차로 변신한(또는 했다고 주장하는) 그랜저 IG 하이브리드를 타고 서울과 경기도 일대 276㎞를 달렸다.

목차

1) 외관 디자인: 오빠가 너무 많다

2) 실내: 내툭튀(내비게이션이 툭 튀어나옴)의 역습

3) 주행력: 임원들이 원하는 건 경주마가 아니다

4) 인포테인먼트: 내비게이션 앱과 경쟁시켜봤더니…

5) 경제성: 준대형도 기름 아껴 타는 시대

본 시승기

1) 외관 디자인: ★★★

그랜저 IG의 외모상 가장 큰 특징은 일직선으로 된 리어램프다. 길쭉한 리어램프가 주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시각적으로 시원하다는 느낌을 준다. 가로로 확장되는 이미지 덕분에 차 폭이 실제보다 넓어 보인다. 또한 수평으로 가로지른 선이 차체가 바닥에 붙어 있는 인상을 자아낸다. 요즘 차들은 트렁크 등 후면부를 키우면서 차체가 붕 떠보이는 단점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를 상쇄하는 효과다. 비슷한 디자인을 링컨에서도 볼 수 있다. 이전 세대 그랜저 리어 램프도 연결돼 있긴 했지만 좌우를 연결하는 중앙부에 불이 들어오진 않았다. 신형 그랜저 리어 램프는 중앙부까지 빨간불이 들어와 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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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 후면부. 일자로 연결된 리어 램프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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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一)자 리어램프를 적용한 세단의 대표적 예인 링컨 MKZ.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가 돋보인다. /사진=포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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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SM6 리어램프도 태풍 마크를 중심으로 연결돼 있다 /사진=르노삼성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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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세대 그랜저도 리어램프가 연결돼 있긴 했지만 불은 가운데를 제외한 좌우에만 들어왔다. /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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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램프는 정통 세단의 표준에 가까워졌다. 그랜저만의 개성이 돋보였던 이전 세대 헤드램프와는 다르다. 누군가는 현대차만의 색을 잃은 것 같아 아쉬워할 것이고, 누군가는 좀 더 무난한 디자인을 채택했다는 사실을 반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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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 IG의 헤드 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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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세대 그랜저 헤드램프. 양 옆으로 쭉 찢어진 눈 모양이 인상적이다. /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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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는 이 밖에도 좌우를 가로지르는 크롬 가니시, 범퍼 일체형 듀얼 머플러 등 젊은 층이 선호할 만한 디자인 요소를 대거 적용했다. '오빠차'로 내세울 만한 부분이다.

그랜저의 딜레마는 '오빠차'가 너무 많이 돌아다닌다는 것에 있다. 그랜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7개월 연속으로 1만대 넘게 팔렸다. 국내 준대형 세단 최고 기록이다. 택시까지 본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하면 희소성은 더 떨어질 것이다. 그랜저는 '기존보다 젊어진 디자인을 채택한다'→'이전에 없었던 디자인에 많은 사람들이 구매한다'→'많은 사람들이 구매해 더 이상 젊어 보이지가 않는다' 순으로 이어지는 딜레마에 빠졌다.

2) 실내: ★★★☆

준대형 세단의 주요 구매 준거 중 하나는 뒷좌석 공간이다. 임원차로도 많이 사용하는 까닭에 뒤에 앉았을 때 불편감이 없어야 한다. 그랜저 IG는 국산 대표 준대형 세단답게 넉넉한 뒷좌석 공간을 자랑한다. 보조석을 한껏 뒤로 당겼는데도 뒷좌석 공간이 넉넉했다. 1·2열 헤드룸도 기존 모델보다 소폭(2~5㎜)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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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에 승차했을 때 모습. 국내 대표 준대형 세단답게 무릎 앞 공간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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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가운데 자리에 성인이 오랫동안 타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접이식 다기능 암레스트는 활용도가 높았다. 듣고 싶지 않은 음악이 나왔을 때 볼륨을 줄이거나 다음 노래로 넘어가기 위해 운전자를 귀찮게 할 필요가 없다. 참나무 껍질로 만들었다는 도어트림 가니시는 내부 공간을 차분하게 보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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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에서 음악 재생, 라디오 채널 변경 등을 조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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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IG의 인테리어에서 가장 큰 논란을 낳는 부분은 내비게이션이다. '내툭튀(내비게이션이 툭 튀어나왔다)'라고도 불리는 이 디자인은 호불호가 확실히 갈린다. 하지만 최근에 나오는 차량들에 이러한 센터페시아 디자인을 채택한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별도의 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된 듯한 느낌도 들어 익숙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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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이 돌출돼 있다. /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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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행력: ★★★

시동이 걸리는 데부터 고속 구간까지 소음이랄 게 거의 없다. 기존 그랜저 하이브리드에서 부족하게 느껴졌던 가속력도 상당 부분 개선했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에는 '래퍼드 다이내믹 킥다운' 기술이 새롭게 적용됐다. 추월 가속 상황에서의 재가속 응답시간을 단축하는 기술이다.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로 놓고 급가속을 하면 기대하지 않았던 가속력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정지 상태에서 급가속을 10번 정도 했을 때 1~2번 정도는 차량이 접지력을 잃고 살짝 미끌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준대형 세단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가속력보다 중요한 건 제동력이다. 잘 달리는 능력보다는 편안하게 잘 멈추는 능력에 가점을 준다는 뜻. 그랜저 IG는 브레이크 답력이 뛰어나 무리해서 제동하지 않아도 잘 멈춰선다. 서스펜션은 요철을 부드럽게 지나가면서도 크게 출렁거리지 않는다.

운전자를 살짝 거들어주는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술도 들어가 있다. 그랜저 IG에 적용된 반자율주행 기술은 차선유지기능(LKAS)과 차간거리유지기능(ASCC)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 ASCC는 최상급인 반면 LSAS는 기초적인 수준이다. 따라서 제네시스나 스팅어 등 현대·기아차 프리미엄 라인업에 들어가 있는 반자율주행 기능과 비교하면 지속 시간이나 정확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운전자가 살짝 졸거나 집중력을 잃었을 때 위험한 상황에 빠뜨리지 않을 정도로는 보조해준다.

4) 인포테인먼트: ★★★★

인포테인먼트는 현대·기아차가 최대 강점을 보이는 부분이다. 그랜저 IG에 들어간 현대차 순정 내비게이션은 국내 도로 사정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모사의 내비게이션 앱과 비교하며 사용해봤더니 그랜저 자체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경로로 갔을 때 5번 중 3번은 더 빨리 도착했다. 도로·교통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비게이션 앱을 따로 다운로드할 필요는 느껴지지 않았다.

애플 카플레이는 아이폰을 USB 포트에 연결하는 순간 별도 조작 없이 작동됐다. 주차나 좁은 골목길 탈출에서 활용하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도 유용했다. JBL 스피커는 프리미엄 사운드까지는 아니어도 큰 무리 없는 음향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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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나 골목길 탈출에 유용한 '어라운드 뷰 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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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경제성: ★★★★

서울 시내와 경기도 일대 276㎞를 11시간 동안 달리며 14.6㎞/ℓ라는 연비를 기록했다. 주행력을 체험하기 위해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복합 공인 연비는 16.2㎞/ℓ로, 기아차 K7 하이브리드와 동일하고 렉서스 ES300h(16.4㎞/ℓ)보다 약간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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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간 동안 276km를 달리며 리터 당 14.6km의 연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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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나의 운전 모드'를 통해 운전자의 운전 습관이 얼마나 경제적인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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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총평: ★★★

그랜저IG 하이브리드는 '오빠차'를 표방하면서 패밀리 세단으로서 강점이 하나 더 생겼다. 20대 남녀가 몰고 다녀도 "아빠차 빌려왔냐"는 말을 듣지 않게 된 것이다. 운전이 서툰 아들내미가 몰고 가도 AVM 등 각종 첨단·안전사양이 적용된 까닭에 스크래치가 발생할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올해 5월 판매량은 1만2595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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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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