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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설] 절반 양보한 대법원장 … 이제 판사들이 접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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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요구한 '전국법관회의 상설화'를 9일 만에 전격 수용키로 했다. 전국 단위의 판사 회의체가 생기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대법원장 퇴진 요구까지 나오며 제4의 사법파동으로 번질 우려까지 나오던 차에 사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판사 노조'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회의를 주도할 판사 상당수가 과거 '우리법 연구회'의 후신 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진보 성향 판사들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날 양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향후 사법행정 전반에 대해 법관들의 의사가 충실히 수렴·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법행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추진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양 대법원장은 또 사법행정의 최종 책임자로 이번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공식 사과하고 대법원장을 보좌하는 법원행정처의 구성·역할·기능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를 통해 법관 사회 내부에 인사 등 사법행정 전반에 불만이 누적돼 왔음을 절감했다"면서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여한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 등 후속 조치도 약속했다. 판사들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

남은 변수는 양 대법원장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판사 대표 5인이 추가로 조사하겠다는 요구는 거절했다는 점이다.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에 이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일치한다는 점을 들어 양 대법원장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구성된 조사기구가 자율적 결론을 내렸다면 일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재조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숨길 게 없다면 조사에 적극 응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긴 하다.

이제는 판사들이 응답해 접점을 찾을 차례다. 정권 교체기에 사법부가 법원 내부 일로 이전투구만 계속하다간 외부로부터 개혁의 칼을 맞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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