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건설 중단은 초법적 발상
석 달 위원회로 에너지 백년대계?
원전 국회 청문회로 대의제 살려야
청와대 핵심인사의 이런 속내에 비추어 볼 때 탈원전에 대한 상당수 국민의 비판과 대안 찾기 노력이 이 정권 주요 인사들의 눈엔 ‘적폐 세력의 음모’쯤으로 보이는 듯하다. 해명이라기보다 공세에 가까운 발언을 접하니 탈원전 과속질주에 대한 많은 국민의 스트레스와 ‘고뇌’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원전 건설 중단 조치에 절차적 문제가 많다는 세간의 우려를 당국이 의식하는지도 궁금해진다. ‘중립적’ 시민배심원단이 사회적 합의를 하겠다는 것이 일견 민주적·합리적 절차처럼 보인다. 하지만 숱한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고 부지선정, 정부 승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사 등 겹겹의 과정을 거친 대역사를 원전에 대한 ‘공론 조사’ 명목으로 석 달간 중단시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원전을 밀어준 전 정부가 싫다 해도 정부 정책의 연속성과 무게를 스스로 허문 꼴이다. 일부 학자들은 “정해 놓은 탈원전 루트를 밀어붙이려는 요식행위”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으로 인한 매몰비용은 정부 공식 집계에 따르더라도 이미 집행한 1조6000억원 공사비, 보상비용 1조원을 더해 총 2조6000억원에 달한다. 다른 원전의 건설 및 수명연장 중단으로 인해 기술 생태계와 납품 공급망 붕괴가 가속화할 것이 우려된다. 수출 유망업종이자 미래 먹거리로 발돋움하던 원전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원자력·석탄 발전 억제정책으로 전력요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숙제다.
원전 생태계는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힘든 국가적 자산이다. 탈원전은 5년 단임 정권아래서 속도전처럼 밀어붙일 게 아니라 시간과 소통이 필요하다. 대선 공약을 하루빨리 이행하겠다는 조급증부터 버려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렇다면 대의제 민주주의의 광장인 국회에서 청문회라도 열어 원전 찬반 진영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도 안 된다면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 그리고 비전문가 집단인 시민배심원단의 판단에 맡기기엔 ‘에너지 믹스’는 너무도 무거운 국가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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