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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미모의 경찰관이 마약사범 한 방에 제압…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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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여장을 한 경기 안양만안경찰서 형사과 우정훈 경장./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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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해가 어둑어둑 저물 시간, 경기도 안양시 한 번화가 건물 앞에 검은색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이 나타났다. 잠시 후 40대 한 남성이 이 여성에게 접근해 “내가 연락한 사람입니다”라고 하자 이 여성은 잠시 웃어보였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이 여성은 말을 건 남성의 팔을 잡아 제압하면서 “A씨, 당신을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여성에게서 굵은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바로 경기도 안양만안경찰서 형사과 형사2팀 소속의 우정훈(32) 경장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여장을 해 5명의 마약사범을 잡았다.

이날 잡은 A씨의 몸수색 결과 200만~300만원 상당의 필로폰 18g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3개월 전 출소한 A씨는 교도소 동료의 지인에게 받은 필로폰을 2차례에 걸쳐 투약하고 몸에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 경장이 여장을 왜 하게됐을까. 경찰은 마약 투약자들이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마약을 구입하거나 성관계를 할 대상을 구한다는 첩보를 입수했지만 범인들이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실제 여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치밀함을 보여 검거가 쉽지 않았다. 형사과에 단 한명뿐인 여성 경찰관을 혼자 현장에 보내기도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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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훈 경장은 각종 격투기 대회에서 입상한 우슈 3단의 무술인이다./경기남부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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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을 찾던 경찰들 눈에 우 경장이 들어왔다. 170㎝의 키에 62㎏의 몸무게로 여장이 가능했다.

초기에는 경찰서 내부에서 우슈 3단의 무도인 우 경장이 여장을 한다고 해도 누가 믿겠냐며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우 경장은 이를 불식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가발, 여성용 블라우스와 미니스커트, 심지어 여성용 속옷도 구입해 직접 착용했다.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이라는 격언을 통해 우 경장의 작전은 성공했다. 경찰서 일부 직원이 여장을 하고 경찰서에 등장한 우 경장을 알아보지 못하고 “어떻게 오셨냐?”고 묻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장은 마약사범들에게도 통했다. 성매매 여성인 줄 알고 우 경장에게 접근했던 이들은 모두 한 방에 제압됐다.

우 순경은 "처음엔 여장을 한다는 게 부끄러웠는데 동료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더무 뜨겁고 응원도 많이 해줘서 용기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디지털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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