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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어떤 공직자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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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범 청주시 서원구 농축산경제과

충청일보

[홍기범 청주시 서원구 농축산경제과] 2015년 1월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며 4년간 근무하던 회사를 떠나 공직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2016년 합격해 지난 1월 서른넷의 늦은 나이로 청주시 서원구청 농축산경제과 축산위생팀으로 발령받았다. 시보 해제에 즈음해 그동안 새내기 공무원으로서의 5개월을 돌아보고, 공무원에 임용됐을 때의 다짐을 돌이켜보려 한다. 1월의 매서운 추위와 함께 임용장을 받고, 나에게 주어진 첫 업무는 축산물판매업 영업신고, 변경신고 및 판매업소 위생 점검, 그리고 가축사육업 등록 및 허가였다.

공무원의 특성상 항상 모든 업무는 관련법에 근거를 두기 때문에 법에 대한 높은 이해가 필요하다. 하지만 법 없이도 문제없던 나에게 법은 새로 업무를 시작하는 데 큰 벽으로 다가왔다. 내가 맡은 업무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걸려오는 민원전화, 민원인은 공포 그 자체였다. 이런 상황에서 AIㆍ구제역 발생으로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어느덧 1개월 후 시보 해제를 앞두고 있다. 이제 제법 업무도 익숙해지고, 내 주변과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듯하다.

그동안 업무를 수행하며 가장 어려운 일은 단연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었다. 구청까지 찾아오거나 전화하는 민원인은 대부분 생활에서의 밀접하게 불편함을 체감하시는 분들이다. 관련법에 의거해 공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민원인의 눈높이에 맞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을 때 죄송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또한 축산물판매업소 위생 점검 시 위생기준 미비로 인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과정에서의 "뭘 이런 거 가지고 과태료를 부과하느냐"라는 사업주와의 실랑이 과정 역시 너무나 어렵다. 일면식 없는 낯선 사람들과 상대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맞춰 민원인의 기대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공직자의 길을 걷기로 했을 때의 초심을 떠올리며 극복하고, 남은 약 25년여의 공직생활을 설계하려 한다. 첫째, 청렴한 공직자가 되겠다. 공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청렴이다. 공직자는 시민의 사랑으로 존재한다. 시민을 실망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청렴하지 못한 공직자의 비리이다. 아주 사소한 잘못이라도 이것은 시민의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시민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깨끗하고 당당한 공직자가 될 것이다.

둘째, 마음의 문을 열고, 경청하고 소통하는 사람이 되겠다. 시민의 민원을 해결하는 것에는 관련법과 절차에 따른 행정 처리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민원인의 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민원인의 어려움을 잘 듣고 공감해야 상대방의 어려운 입장에서 한 번 더 고민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겪고 있는 일이라면'이라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민원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현실에 안주하지 않겠다. 항상 시민의 행복, 청주시의 발전, 그리고 내가 속한 조직의 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흔히 공무원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공직자의 길을 걷기 전까지 공무원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났던 것들이다. 이런 편견을 걷어내기 위해 나 스스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개선점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남은 오랜 공직생활 동안 이 글을 쓰는 순간과 마음, 그리고 내가 남긴 글을 마음속에 간직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초심을 잃지 않고, 시민에게 사랑받는 공직자가 될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

충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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