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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LG전자 "16조 칠러시장 美독주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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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4배크기 평택공장 가보니

매일경제

LG전자 칠러 사업장에서 로봇이 배관 자동 용접을 하고 있다. 작업자는 로봇 공정을 확인하는 역할만 한다. [사진 제공 = 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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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LG전자 칠러(chiller) 공장에 처음 들어서자 거대한 규모에 입이 딱 벌어졌다. 5개로 구분돼 있는 각 생산 구역은 각각 가로 190m, 세로 30m에 달했다. 칠러 제품은 완제품 무게가 50t에 이른다. 이 때문에 공장에는 이를 들어 올릴 수 있는 대형 크레인이 있었고 그 아래에서 용접·도장작업 등이 이뤄지고 있었다. 가장 정밀한 작업이 요구되는 용접 공정에는 로봇이 도입됐다.

칠러는 건물의 냉방을 담당하는 공조 시스템이다. 공기를 냉각시켜 냉방하는 에어컨과 달리 차가운 물을 이용해 만든 냉기를 건물 전체에 공급한다. 용접 과정에 작은 실수라도 있어 공기가 샌다면 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 생산기술연구원(PRI)이 개발한 '로봇 자동 용접기'가 지난 3월부터 라인에 배치됐다. 이 공정에서 사람은 로봇이 용접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는 역할만 한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축구장 4개(14만8000㎡) 넓이의 칠러 공장을 건설했다. 2011년 LS엠트론에서 사업을 인수한 LG전자는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공장을 전북 전주에서 현재 위치로 옮겨왔다. 기존 공장에 비해 규모가 약 2배 이상이며 연구동도 같이 들어왔다. 칠러사업을 매년 10% 이상 성장시켜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사무실이나 오피스텔 등 공간이 나뉜 곳은 개별적인 냉방을 위해 에어컨이 적합하다. 하지만 대형 쇼핑몰, 발전소, 공항 등 공간 구분이 없는 건물에서는 칠러가 훨씬 효율적이다. 해외 공조전문 조사기관 BSRIA에 따르면 세계 공조시장은 800억달러(약 91조800억원) 규모며 이 가운데 칠러는 140억달러(약 15조9400억원)로 추산된다.

1968년 국내 최초로 창문형 에어컨 생산에 성공한 LG전자는 에어컨으로 국내외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칠러 부문은 대형 빌딩 역사와 함께하기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캐리어·트레인·요크 등 미국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50%를 차지하며 100년 넘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G전자는 이 시장에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계적인 칠러 기업들을 제치고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복합화력발전소 사업을 수주하면서 업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박영수 칠러사업 담당 상무는 "물 10만t을 24시간 내에 0도 얼음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시스템을 제작해본 경험 없이 수주했다는 건 사실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중동과 동남아에서 대형 수주건을 따내기 시작했다.

LG전자가 에어컨으로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에다 칠러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모터나 인버터 관련 기술까지 100% 갖추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는데 그 전략이 주효했다.

LG전자 내부에서도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2000억원 넘는 투자가 이뤄졌다. 평택공장과 함께 연구동도 같이 건설됐는데 터보 냉동기에서 냉매를 순환시켜주는 핵심 부품인 '임펠러(Impeller)'의 성능을 평가하는 설비를 갖췄다. 세계 칠러업계에서도 유일하게 LG전자만 이 설비를 공장에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모터에 윤활유를 넣지 않고도 관리가 가능한 무급유 인버터 터보 칠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자기부상열차에 쓰이는 자기력을 이용해 회전하는 모터를 공중에 띄우기 때문에 마찰로 인한 고장이 덜하다. 이상민 에어솔루션 B2B 해외영업 담당 상무는 "상하좌우 진동을 머리카락보다 얇은 두께로 제어해 마찰을 줄였다"며 "첨단기술을 적용해 유지보수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는 세계 최초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평택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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