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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김기춘 “왕조시대였으면 사약 받고 백번 죽어 마땅···대통령 잘못 보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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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이 법정에서 “탄핵되어 무너진 대통령을 보좌했기에 특검에서 ‘당신 재판할 것도 없이 사약 받으라’며 독배를 내리면 제가 깨끗이 마시고 (사건을) 끝내고 싶다”고 심경을 밝혔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구속 기소) 등의 재판에서 김 전 실장은 ‘대통령을 잘못 보좌했다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김 전 실장은 “과거 왕조시대 같으면 망한 정권, 왕조에서 도승지를 했으면 사약을 받지 않겠느냐. 백번 죽어 마땅한 것”이라며 “무너진 정권의 비서실장을 했다는 것 자체가 책임을 통감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월 특검에 의해 구속된 이후 재판을 받으며 이 같은 생각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김 전 실장은 ‘단지 비서실장으로서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것이지,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과 관련된 사건에서는 잘못이 없다는 취지인가’라는 특검의 질문에 “그런 취지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무슨 명단을 주고 받으며 (지원) 배제된 분이 있다는데, 만약 문체부가 하나의 기준과 원칙을 갖고 했으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로 인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 것은 제가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저는 블랙리스트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의 책임을 청와대 실무진 등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도 했다. 김 전 실장은 “정부 보조금은 한정돼 있기에 보조금을 줄 사람을 골라야 한다면 누군가는 배제되야 한다”며 “말단 직원들이 나름의 기준을 갖고 (지원금을) 삭감한 게 과연 범죄가 되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책임을 모면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런 상황을 몰랐다는 것도 책임을 통감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씨(61·구속 기소)의 존재를 비서실장 재임 당시 알지 못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제가 구속되기 전에도 ‘비서실장을 하면서 최순실을 정말 몰랐냐’는 질문을 수차례 받았다”며 “대통령 관저에서 일어나는 일을 (대통령) 측근이던 안봉근, 정호성 같은 사람들이 알려주지 않아 몰랐다. 정말 몰랐다”고 강조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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