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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찌질의 역사', 맞춤형 선곡 제대로···주크박스 뮤지컬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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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뮤지컬 '찌질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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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찌질의 역사'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창작 뮤지컬 '찌질의 역사'(극작·연출 안재승)는 웰메이드 주크박스 뮤지컬의 근삿값을 보여준다.

20대에 막 접어든 청춘들의 찌질한 연애담을 적나라하게 그린 원작의 정서를 무대 위로 가져왔는데, 웹툰의 말풍선 속 대사가 노랫말로 적절하게 대체되면서 공감대를 산다. 인기 동명웹툰(글 김풍·그림 심윤수)이 원작이다.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라는 내용으로, 작품의 메인 테마곡과도 같은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을 비롯해 맞춤형 선곡을 보여준다.

전주만으로 90년대 후반의 감수성을 전달하는 델리 스파이스의 '챠우챠우', 복고풍의 사운드가 흥겨움을 더하는 김건모의 '스피드'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임창정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도 절로 귓가에 감긴다. 동물원의 '널 사랑하겠어' 같은 서정적인 곡도 있다. 원작을 보지 못한 뮤지컬 팬들도 쉽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작품은 말 그대로 20대 청춘, 특히 남성들의 연애 민낯을 그린다. 남성 중심 시각으로 그들이 좌충우돌하고 성숙하는 얼개는 대학로에 횡행하고 있는 '남성중심주의 뮤지컬'과 비슷한 흐름이다.

하지만 홀로 고뇌하며 자기애를 과시하는 다른 뮤지컬의 흔한 남자 주인공 타입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싶다. 같은 여배우가 주인공 서민기의 지난 세 여자친구를 1인 3역으로 소화한다는 점에서 입체감을 부여, 고민한 점도 눈에 띈다.

원작의 유명세에 기대지 않은 채 뮤지컬에서 할 수 있는 어법에 충실하며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주력한, 볼만한 뮤지컬이다.

서민기 역의 박시환, 박정원, 강영석 그리고 '권설하' '윤설하' '최대웅'을 동시에 소화하는 여자 주역 정재은, 김히어라 등 젊은 배우들의 호연도 볼 만하다.

'명성황후' '영웅' 등 비장하고 웅장한 뮤지컬을 제작해온 에이콤의 대표이자 올해 칠순을 맞이한 윤호진 연출의 젊은 제작 감각을 확인한 건 덤이다. 오는 8월27일까지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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