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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CEO 인사이트] 스티브 잡스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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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오늘은 아이폰이 출시된 지 정확하게 10년이 되는 날이다. 2007년 6월 29일 미국에서 판매된 아이폰은 21세기 최고 발명품이다. 스티브 잡스는 정식 출시 6개월 전인 그해 1월 9일 아이폰을 공개했는데 당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은 드디어 모든 전자기기를 압도할 혁명적 제품이 출현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2000년대 중반 IT업계 최대 화두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의미의 '유비쿼터스'와 모든 기능을 하나로 융합한다는 뜻의 '컨버전스'였다. 어떤 제품이 이를 실현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도 많았다. 바로 그때 잡스가 아이폰을 들고나온 것이다. "애플은 오늘부터 휴대폰을 다시 탄생시킬 것이다." 청바지와 검은색 티셔츠 차림에 짧게 머리를 깎은 그가 아이폰을 들고 찍은 사진은 이제 역사의 한 장면이 됐다.

잡스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다. 사생아로 태어나 양부모 밑에서 자랐고, 청년 시절 히피 생활을 하며 마약에 찌들어 살았다. 내면의 진리를 찾겠다며 몇 개월간 인도 여행을 하기도 했다. 1976년 동네 형이자 뛰어난 엔지니어였던 스티브 워즈니악과 애플을 창업하며 큰돈을 벌었지만 동료들과 불화를 겪다가 애플에서 쫓겨났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넥스트 설립과 픽사 인수를 통해 재기를 노렸으나 번번이 실패하다가 1997년 경영난에 빠진 애플에 복귀하며 아이폰 신화를 쓰게 된 것이다.

잡스는 많은 말을 남겼다. 2011년 CNN은 잡스 사망 1주년을 맞아 10대 명언을 꼽았다. 이 중엔 아이폰 탄생의 비밀을 알 수 있는 발언도 있다. 1997년 애플 세계 개발자콘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사람들은 하나의 생각에 집중하는 것을 집중이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수많은 아이디어를 버리는 게 집중이다. 혁신은 1000가지를 퇴짜 놓아야 나온다."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집중과 단순함이 중요하다. 생각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하는 단계에 오르면 산도 움직일 수 있다." 잡스는 아이폰 개발자들과 함께 이 말을 실천에 옮겼다. 단순한 디자인과 간편한 기능의 아이폰은 이렇게 탄생했다.

잡스의 후계자 팀 쿡은 최근 미국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잡스의 생각과 말은 북극성과 같았다. 미칠 만큼 위대한 것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그의 정신이 애플을 이끌어야 한다." 잡스의 유산을 살려야 애플이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애플은 여전히 아이폰 덕에 엄청난 돈을 벌고 있지만 혁신의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지난해 아이폰 매출은 처음으로 뒷걸음질 쳤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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