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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아베 1강 체제에 먹구름...이번엔 방위상 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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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다 방위상, 자위대 정치 중립 위반 논란

야당, 파면 요구... 도쿄도 의회 선거 악재로

사학재단 특혜 의혹 등 내각 지지율도 하락

자민당에선 의회 선거 최악의 결과 우려도

“방위성ㆍ자위대, 방위상, 자민당으로서도 (선거 지원을) 부탁하고자 합니다.”

27일 오후 도쿄 이타바시(板橋)구에서 열린 집권 자민당의 도쿄도 의회선거 유세장. 지원 연설에 나선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이 정부 조직과 자위대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나다는 “방위성ㆍ자위대가 도쿄도와 확실히 손을 잡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과 정권을 잇는 것은 자민당밖에 없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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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이 지난 3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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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 조직의 수장이 조직을 내세워 여당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꼴이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선거 운동을 금지하고 자위대원의 정치적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이나다 발언은 이 법 등에 저촉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이나다는 심야에 발언을 철회했다. 기자들에게 "오해를 부를지 모르는 발언이었다"며 "정부 기관은 정치적 중립으로 특정 후보를 응원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방위성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이나다 방위상이) 각료로서의 자각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자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관계자는 "이나다씨는 정무와 공무를 혼동하고 있다. 도의회 선거에서 야당에 공격 재료를 주고 있을 뿐"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야당은 일제히 반발했다. 제1야당인 민진당의 렌호(蓮舫) 대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파면을 요구했다. 이나다는 우익 성향의 역사관을 가진 아베의 측근이다. 자민당으로선 선거를 닷새 앞두고 대형 악재를 만난 셈이다.

아베 총리가 2012년 재집권 이래 최대의 정치적 시련기를 맞고 있다. ‘아베 1강(强)’에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위기의 진앙은 아베 자신이다. 중ㆍ참의원의 절대다수 의석에 기댄 독선과 오만이 최근 한꺼번에 불거졌다.

아베는 30년지기가 이사장인 사학재단의 수의학부 승인 과정에서 내각이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자신과 무관하다며 성의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문부과학성의 관련 문건이 나왔는데도 총리실은 ‘괴문서’라고 일축했다가 빈축을 샀다. 아베는 문건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자 유감을 표명했지만 진실 규명에는 팔짱을 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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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 유리코(왼쪽) 도쿄도지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다음달 2일인 도쿄도의회 투표를 앞두고 26일 도쿄 도내에서 지원 유세를 펼치고 있다.[교도 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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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에는 테러대책법안(공모죄법안)을 국회 상임위 표결을 거치지 않고 바로 본회의에 상정하는 편법으로 성립시켰다. 여론은 악화됐고 내각 지지율은 36%까지 내려갔다. 아베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야유를 피하기 위해 실내 강연을 하고 유세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22일에는 자민당 여성의원 도요타 마유코(豊田眞由子)가 연상의 남성 비서한테 폭언하고 폭행했던 사건이 공개됐다. 도요타는 사건이 보도되자 탈당했지만 비서가 녹음한 발언이 인터넷에 공개돼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아베가 1강 체제를 유지하면서 장기 집권의 길을 열지는 내달 2일 도쿄도 의회 선거(127석)가 하나의 척도가 될 전망이다. 선거는 현재 57석으로 1당인 자민당의 패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아베 스스로도 27일 당 임원회의에서 "매우 어려운 싸움"이라고 토로했다.

요미우리신문은 28일 "자민당 간부들 사이에서 도쿄도 의회 의석이 과거 최악의 결과를 냈던 2009년 선거의 38석 전후에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오영환 기자 oh.yo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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