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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미국이 중국을 ‘최악 인신매매국’으로 규정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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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무부 27일 ‘인신매매 보고서’ 발표

탈북자 송환·북한 노동자 중국 취업 등 문제 삼아

인권 문제, 안보 및 무역 관련 중국 압박 수단으로 전락

이방카 발표회 참석…중국 이방카 구두 공장 노동조건 심각



미국 국무부가 4년 만에 중국을 인신매매 최하위 등급으로 강등시켰다. 중국은 인권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해왔는데, 이번 조처는 중국의 ‘소극적’ 대북 압박에 대한 미국 쪽 불만도 반영돼 있어 미-중 관계가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무부는 27일 발표한 ‘2017년 인신매매보고서’에서 중국을 최하위 등급인 3등급 국가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2014년부터 중국을 ‘감시 등급’인 2등급 그룹에 포함시켜왔다.

3등급은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최소한의 기준과 규정도 갖추지 못하는 나라로 평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러시아, 시리아 등이 3등급으로 분류돼 있으며, 중국은 올해 콩고 및 콩고민주공화국과 함께 3등급으로 떨어졌다.

국무부는 중국을 3등급으로 분류한 이유와 관련해 탈북자를 북한으로 송환하는 관행과 북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 위구르인에 대한 강제 노역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특히 렉스 틸러슨 장관은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중국에 있는 북한 강제 노동자들을 포함해 인신매매 관련 공모를 종식하기 위한 진지한 조처들을 취하지 않은 것”도 부분적으로 중국의 등급을 하향시킨 이유라고 설명했다. 틸러슨 장관은 “국가든 비국가 행위자든 인신매매를 활용하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북한은 불법 수입 원천을 강제 노동에 의존하고 있다. 5만~8만명의 북한인들이 러시아와 중국 등 해외에서 강제 노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무부 보고서 및 틸러슨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이 북핵 문제 및 무역 쟁점과 관련해 중국을 더 몰아붙이겠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로이터> 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및 양자 무역 이슈와 관련해 중국의 노력 부족에 점점 더 좌절하고 있다”고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거론한 중국산 철강 관세 부과를 포함해 여러 무역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달 3일 국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자유, 인간 존엄성 등을 다른 국가에 대해 너무 몰아붙이면 안보와 경제 이익에 장애물을 만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조처는 인권 문제를 안보 및 무역과 연계해 중국을 압박하는 하위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이 자신의 국내법으로 다른 국가의 인신매매 범죄에 대해 제멋대로 이야기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며 “인신매매 범죄를 없애기 위한 중국의 의지는 확고하고 그 성과 역시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미얀마나 말레이시아, 카타르 등을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상향 조정한 것에 대해서도 별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가 이날 보고서 발표 자리에 참석한 것과 관련해 <뉴욕 타임스>는 “이방카 소유 브랜드의 구두를 생산하는 중국 공장의 노동조건을 조사하던 3명의 활동가들이 사라져 비판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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