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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아파트 입주 한 달 만에 ‘물 폭탄’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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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노후 꿈꾸던 60대 부부의 사연

동탄2신도시 부영 시공한 아파트

난방파이프 파손돼 아랫집 피해

보수에만 한 달 걸려 난민생활

“정신적 스트레스에 잠도 못 자”
한국일보

서모씨 부부가 지난달 입주한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한 신축 아파트 주방 천장에서 지난 12일 누수가 발생, 벽지 등이 뜯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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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군포시에 살던 서모(65)씨는 2015년 7월쯤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전용면적 60.38㎡짜리 아파트 한 채를 2억8,000만원에 분양 받았다. 분양가가 비싸다는 지인들의 조언이 있었지만, 비용이 들더라도 노부부의 안락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고, 지난 달 8일 입주를 마쳤다.

하지만 그의 소박한 꿈은 입주한지 한달 여 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지난 12일 새벽 윗집에서 물 폭탄이 쏟아진 것이다. 거실과 주방, 안방 천장에서 물이 새는 소리에 놀라 깬 아내(62)는 시공사인 부영건설 에이에스(A/S)팀에 항의한 뒤 가재도구도 챙기지 못하고 도망치듯 뛰쳐나와야 했다.

부영은 뒤늦게 윗집 안방 난방파이프가 파손된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물 폭탄 첫날밤 부영이 주선한 모텔에서 뜬 눈으로 보낸 아내 등 가족은 현재 부영 소유 비슷한 면적의 아파트에서 보름 넘게 임시 거주 중이다. 부영이 윗집 안방의 가구 등을 들어낸 뒤 난방공사를 다시 하고, 원인을 찾기 위해 뜯어낸 서씨 집 천장 등을 보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씨 집의 물먹은 벽지와 바닥 등이 말끔히 수리되려면 다음달에야 재 입주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한다. 서씨는 “위층에 세든 젊은 부부도 황당했을 것”이라며 “난민 생활이 따로 없다. ‘해외토픽감’ 아니냐”고 혀를 내둘렀다.
한국일보

서모씨 부부가 지난달 입주한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한 신축 아파트 거실에서 지난 12일 누수가 발생, 바닥에 물받이용 플라스틱 양동이가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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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 신청 비슷한 단지의 2, 3배

건설사 뒤늦게 피해 보상 검토

서씨 가족은 이렇게 하루하루가 고통이지만, 부영은 하자보수와 임시 거주지를 마련해 준 것 말고는 별도의 보상에 대해 미온적이라고 한다. 서씨는 “거실 카펫과 옷 등이 젖고 주거지를 옮겨 다니는 사이 식비와 교통비는 둘째 치고라도, 정신적 스트레스에 잠이 안 온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처음에는 본사에 규정이 없다 발뺌하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부영은 뒤늦게 서씨의 피해에 대해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영 관계자는 “할말이 없다”고 취재를 거부했다.

이 아파트(1,316세대)에 입주했다가 하자로 고통 받는 주민은 서씨뿐 아니다.(본보 16일자 14면) 27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주민이 접수한 하자만 무려 6만8,709건에 이른다. 비슷한 규모의 단지에서 평균적으로 접수되는 건수는 2만, 3만여 건 가량인 데 비해 유독 이 아파트의 하자건수가 많은 건 짧은 공기가 원인으로 꼽힌다. 경기도 관계자는 “1,000세대 넘는 단지는 평균 29,30개월을 공사기간으로 잡지만, 이 단지는 공사비를 아끼려는 의도였는지 24.5개월 만에 끝냈다”고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한국일보

물이 샌 서씨 부부 아파트 거실 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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