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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Edu journal] 격렬한 찬반 틈바구니 혼돈에 빠진 교육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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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교육정책 大해부

매일경제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방침에 반대하는 자사고 학부모들이 26일 오전 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사고 폐지 반대` 주장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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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내정으로 새 정부 교육 정책의 그림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80%에 육박하는 높은 국정 수행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는 이번 정부지만, 유독 교육 정책에서는 현장의 반발과 이를 둘러싼 논란에 부딪히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일선 학교들도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새 교육 정책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수능 절대평가와 고교 성취평가제(내신 절대평가) 시행, 외고·자사고(자율형사립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등 정책에 대한 찬반 논쟁이 특히 뜨겁다. 그릇된 서열화 폐지와 소모적 경쟁 완화, 학습 부담 및 사교육 경감, 교육 평등 등의 이유를 들어 찬성하는 측이 있는가 하면 변별력 상실, 사교육 의존 심화와 강남 8학군 부상과 같은 풍선 효과, 획일화, 학업능력의 하향평준화 등 부작용을 예상하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 같은 교육 정책 배경 철학은 물론 김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을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 간 대립 구도마저 형성되고 있다. 김상곤표 주요 교육 정책이 무엇이고, 교육 현장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입시전문 기업 진학사의 도움을 받아 정리해봤다.

① 외고·자사고·국제고 일반고 전환

외고와 자사고, 국제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이들 학교가 설립 취지와 달리 명문대 입시교육 위주로 운영되고 있고, 입학을 위해 학생들이 사교육과 선행학습에 매달리는 게 현실이라는 이유다.

다만 과학고와 영재고는 설립목표에 따라 운영된다는 판단에서 일반고 전환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 진보성향 교육감을 둔 교육청들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까지 언급하며 외고·자사고 폐지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28일로 예정된 서울시교육청 관내 4개 외고·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가 이 정책 시행 향배를 판단할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교육계 일각에서 대부분 외고와 자사고 재지정 평가 시기가 몰려 있는 2019~2020년 이들 학교가 일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다만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정진후 전 정의당 의원처럼 단계적 폐지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외고와 자사고 등 일반고 전환에 대해선 일단 찬성 여론이 우세하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최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전국 19세 이상 성인 8896명 대상)에서 외고·자사고 존폐에 관한 질문에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52.5%,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7.2%,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20.3%로 집계됐다.

하지만 외고와 자사고 교장들과 학부모들 역시 집회와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강력한 반대 의견을 제기해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들은 외고와 자사고 입시에서 사교육 유발 요인이 사실상 사라졌으며, 이들 학교 폐지 시 획일적·하향평준화식 교육이 이뤄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수시가 학생부중심전형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일반고에 대한 관심이 커진 반면 외고와 국제고 인기는 줄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진학의 희망을 갖고 준비해온 수험생들과 학부모의 혼란이 불가피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염려가 있다는 점도 정책 강행엔 부담이 될 전망이다.

황성환 진학사 기획실장은 "수능 절대평가와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폐지, 대입전형 간소화 등 다른 정책 공약들이 외고와 국제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수험생 선택권 자체를 제한하는 무리한 정책 추진보다는 설립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운영 제도를 보완하면서 존치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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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수능 절대평가

수능을 절대평가제로 바꾸고, 장기적으로 자격고사화하겠다는 공약은 현 정부 교육 정책 가운데 가장 큰 파급력을 가진 제도 중 하나로 꼽힌다. 교육계에선 교육부가 다음달이나 8월 중 발표할 예정인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현 중3 대상)에 절대평가제 시행 방침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절대평가제는 100점 만점일 경우 90점 이상은 1등급, 80점 이상은 2등급 등 일정 점수를 넘으면 같은 등급을 부여하는 개념이다.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고 고등학교 교육을 혼란에 빠뜨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수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추진 취지다.

절대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목적은 현행 입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데 있다. 2011학년도부터 도입된 수능 EBS 연계율 70% 정책으로 공교육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BS 문제집이 교과서를 대체하게 됐고, 교실 수업보다 교육방송을 선호하는 현상이 초래됐다.

입학정원의 70% 이상을 학생부 중심으로 선발하는 수시에서는 수능의 변별력 약화와 나아가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의 완화는 그대로 학생부 영향력 증대로 이어져 공교육 현장을 가장 빠르게 정상화시키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수험생 부담을 줄여주려는 의도도 있다.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으로 전형 기준을 확연히 구분해 수험생들에게 선택과 집중을 가능케 하고 결과적으로 학업 부담을 완화시켜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절대평가제를 시행하면 수능의 변별력은 크게 떨어진다. 대입에서 수능 영향력은 감소하고 학생부 영향력은 커지게 된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현재 수시는 학교생활기록부, 정시는 수능 위주로 뽑는데 수능을 절대평가로 하면 대학들이 정시 전형을 크게 줄이거나 없애고 수시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대학들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논술이나 면접 등 대학별 고사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별 고사가 확대되면 수험생과 학교 혼란도 커지고, 되레 사교육 의존이 심화되는 풍선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학년도 실시됐던 등급제 수능 당시 발생했던 변별력 상실, 묻지마식 상향 지원 문제가 재연될 수 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출제 난이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과 원점수 기준으로 성적대 구간을 세분화하는 등의 보완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수능절대평가가 또 다른 새 정부 주요 교육 정책인 고교 성취평가제와 동시 시행될 경우엔 변별력이 완전히 상실될 것이란 염려가 크기 때문에 두 제도의 동시 시행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강하게 나온다.

이에 대해 김상곤 후보자 역시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2021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제를 우선 시행하고 내신 절대평가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③ 대입 전형 간소화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집에는 대입 전형을 학생부종합·학생부교과·수능 등 세 가지 전형으로 단순화할 것이란 내용이 담겨 있다. 아울러 논술과 특기자 등 사교육을 유발하는 전형은 현 고1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0학년도 입시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이란 방침도 포함돼 있다.

현재 대학들은 크게 △학생부종합전형(고교 교과+비교과 활동) △학생부교과전형(고교 교과 성적 위주) △수능 위주 전형 △논술전형 △특기자(어학 등)전형 등을 통해 선발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 치러질 2019학년도 대입 기준으로 전형별 선발인원은 △학생부교과전형 41.5%(14만4672명) △학생부종합전형 24.4%(8만5209명) △수능전형 20.7%(7만2251명) △논술전형 3.8%(1만3310명) △실기전형 8.4%(2만9202명) 등이다. 특기자전형은 실기전형 안에 포함되며 2019학년도 기준 1.57%(5489명)를 차지한다.

새 정부가 구상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학생부를 주로 반영하되, 사교육 유발 우려가 있는 소논문, 자기소개서, 면접 등은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화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때 지원자를 평가할 자료 부족으로 대학에서 학생 선발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지원자 학교 역량에 따른 문제와 평가 공정성 시비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부교과전형은 교과수업에 충실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교과 100%를 지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치열한 경쟁, 내신 부풀리기 우려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또 다른 교육 정책인 내신절대평가제가 시행될 경우 변별력이 사라진다는 딜레마가 있다.

수능전형은 학생부교과전형이 요구하는 치열한 내신 경쟁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이 요구하는 다양한 교내활동 등의 학교 간 차이를 보완할 뿐만 아니라 졸업생 등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수험생을 위해 정시에서 수능 100%를 지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수능절대평가제 시행으로 변별력이 사실상 사라지면 대학들이 비중을 크게 줄일 가능성이 크다. 논술 중심 대학별 고사는 사교육 억제 차원에서 2020학년도부터 폐지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논술이 30여 개 대학에서 1만명을 약간 넘는 인원을 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입전형의 간소화라기보다는 대학들이 높은 수준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동시에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교육 억제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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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고교내신 절대평가

고교내신 절대평가제는 또 다른 주요 교육 정책이 고교학점제 시행의 선결 조건이다. 절대평가는 교과목별 성취 수준을 5개(A~E) 등급으로 구분하는 평가 방식이다. 현재는 학생부에 학생 수 대비 백분율로 석차를 9개 등급으로 나누는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에 따라 산출된 점수와 등급을 병기한다.

추진 취지는 긍정적이다.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다 보니 학생들 간 비생산적인 경쟁이 심화하고, 학교는 창의성·사고력 함양 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지식 검증과도 무관한 함정식 문제를 출제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평가로 전면 전환할 경우 각 고등학교가 대입 실적을 내기 위해 일부러 시험을 쉽게 출제하는 등 '내신 부풀리기'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등급별 인원수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A등급자들이 속출할 수 있다. 특히 수능절대평가와 동시에 시행될 때는 변별력 상실 염려가 크기 때문에 고교내신 절대평가제는 고교학점제와 함께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⑤ 고교학점제

고교학점제는 문 대통령 대선 공약 1호로 꼽힐 만큼 현 정부에서 중점을 두는 제도다. 대학 수업처럼 원하는 과목을 학생들이 직접 선택해 듣는 제도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학생의 특기와 적성에 맞는 선택과목을 수강할 수 있어 창의 인성 교육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며, 학교 중심 교육을 강화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의 준비에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과 학교와 교사의 준비 정도에 따라 교육 수요자의 만족도가 달라지고 교육 수준에 대한 비난 염려가 있다. 또한 입시를 염두에 두고 선택과목이 교과과목에 편중될 경우 제도 취지가 퇴색할 수도 있어 좀 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⑥ 대학 서열화 해소

문 대통령 대선 공약에서는 △1단계로 국립대학 간 연합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동 선발·학위 수여를 가능하게 하고 △2단계로 공영형 사립대학을 육성한 뒤 △3단계에서 국립대 연합 체계와 공영형 사립대학 간 연계 협력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국립대학 네트워크는 서울대와 지방 거점 국립대를 '통합 국립대'로 묶고 통합 국립대가 학생선발, 학사운영, 학위수여를 공동으로 하자는 게 요지다. 사실상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대학 서열화를 철폐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서울대와 동문들 반발, 대학교육 하향평준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공영형 대학은 문 대통령의 핵심 대학 공약 중 하나다. 현재 양극화된 고등교육의 혁신을 위해 국립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사립대 가운데 대학 공공성 확대와 발전 의지를 갖고 있는 대학에 정부 예산을 투입,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해 고등교육 생태계의 '중간지대'를 설정하자는 내용이다. 국립대와 공영형 사립대가 대부분의 대입 수요를 감당하는 가운데 정부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사립대들이 독자적인 발전을 모색하도록 자율성을 주는 게 골자다.

김 후보자가 제안한 통합 고등기초대학은 고등학생들이 고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전공과목을 배우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1년간 인근 권역별 혁신대학 네트워크 내 한 대학에서 철학, 문학, 역사학, 과학, 기술 등 교양교육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 관계자는 "과거 정권에서도 교육제도 변화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조급한 실행으로 인해 번번히 실패하거나 혼란만 가중시키곤 했다"며 "새 제도 도입과 변화 자체, 빠른 개혁만을 목표로 하기보다 좀 더 여론을 수렴해 신중하고 치밀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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