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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原電 공사 중단 말고 '脫원전' 자체를 다시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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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공정이 28.8% 진행된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공사를 일단 중단하고 계속 건설 여부를 놓고 공론화(公論化)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시민 배심원들에게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 후 배심원단이 토론을 거쳐 결정케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기존 원전 수명 연장 포기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신고리 5·6호기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건설 허가 심사를 받았다. 최신 안전 장비들을 갖췄다고 한다. 고리 1호기보다 안전도가 10배 향상됐다는 것이 한국수력원자력 설명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참여한 기업은 600개가 넘는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도 포기할 경우 이미 집행된 공사비 1조6000억원과 기업들에 대한 보상비 1조원을 합쳐 2조6000억원 손실이 예상된다.

새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은 처음부터 납득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다. '원전 제로'는 선거 공약이다. 그런데 선거 캠프에서 에너지 정책 책임자는 하천 환경을 전공한 교수였다. '원전 제로'라는 엄청난 문제가 전문적 식견의 보좌를 받아 숙고한 끝에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정부는 석탄 발전도 줄이겠다고 하고 있다. 원자력과 석탄을 줄이면 LNG 발전으로 주로 대체해야 한다. 최근 5년 평균 전력 판매 단가는 1㎾h당 원자력 53원, 석탄 66원, LNG 142원이었다. 전기 요금이 굉장히 비싸질 수밖에 없다. 국제 정세 변화로 석유, 천연가스 등의 공급 불안이 빚어지면 에너지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로선 치명적 타격이 된다.

원전 신규 건설이 중단되면 기술 생태계와 납품 업체망이 순식간에 붕괴되고 대학의 원자력 기술 인력 양성도 대(代)가 끊기게 된다. 한번 기술 낙오 국가가 되면 5년 뒤 다음 정부가 원전 재개로 정책을 선회하더라도 다시 회복하기 어렵게 된다.

원전 정책은 에너지 안보, 환경, 기후변화, 미래 산업 경쟁력 등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안이다. 그야말로 백년대계다. 5년 임기 대통령과 주변 몇몇 사람의 주관적 신념에 맡겨둘 수 없는 문제다. 더구나 우리는 이웃나라끼리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유럽과 달리 에너지 측면에선 고립된 섬이다. 전력 조달에 이상이 생기면 국가 경제가 멈춰설 수밖에 없다. 이 심각한 문제는 전문가들의 논의와 검토로 결정돼야 한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준다고 해도 전문가의 지식과 식견엔 턱없이 모자랄 수밖에 없는 '시민 배심원'이 어떤 책임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나. 국민참여재판처럼 할 일이 아니다. 중대한 국가 사안을 멋부리듯 다루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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