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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증세 없이 세금 퍼준다니 무슨 '기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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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경유세 인상 논의를 철회하고 근로소득세 면세자 축소와 주세(酒稅) 인상도 당분간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미 법인세와 소득세 세율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고 부동산 보유세도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가 인상을 검토 중인 것은 근로소득세 최고세율과 상속세뿐이다.

증세는 국민 가계와 경기(景氣)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새 정부는 지난 대선 때 엄청난 세금이 드는 포퓰리즘 공약을 내놓고 지금 그걸 실천하겠다고 하고 있다. 정년 보장이 되는 공무원 등 공공직을 81만명이나 더 뽑기로 했고 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신설을 결정했다. 저마다 매년 수조원씩이 더 필요한 정책들이다. 대선 공약을 이행하려면 전체 예산의 9%가 넘는 연간 36조원이 소요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5년간 재정지출 증가율을 지금의 연평균 3.5%에서 7%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을 걸기도 했다.

이 엄청난 돈을 마련하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는 증세다. 증세도 커다란 폭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정부 지출을 대폭 늘리는 속에서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국민으로서는 안도할 얘기일지 모르나 정부가 대체 어떤 기적 같은 마술을 부리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결국 빚을 내 공무원 늘리고 복지 확대하겠다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있을 리 없다.

새 정부는 기업과 경기를 살려 일자리를 늘리고 세수 확대를 꾀하는 정공법엔 별 관심이 없다. 모든 걸 세금으로 해결하겠다면서 세금을 더 안 걷겠다는 것은 국민 듣기 좋은 소리만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 이것저것 다 해주면 결국 살림살이는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부메랑이 정권 임기가 끝난 뒤에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미 재정 적자가 연간 20조원을 넘어섰다. 700조원에 근접한 정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부풀 수 있다. 국가 부채는 곧 미래 세대의 부담이다. 빚내서 현금을 나눠주고 공무원을 늘린다는 것은 미래 세대 착취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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