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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슬로시티’ 하동 악양서 조선시대 향약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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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계승 등 6개 실천 규약 담아

내달부터 전국 자치단체 첫 시행

덕업상권(德業相勸·좋은 것은 서로 권한다), 과실상규(過失相規·잘못은 서로 규제한다), 예속상교(禮俗相交·예의로 서로 사귄다), 환난상휼(患難相恤·어려운 일은 서로 돕는다). 조선 시대 향약의 4대 덕목이다. 향약은 향촌 사회의 도덕적 질서를 확립하고, 미풍양속을 키워 재난 시 상부상조하려는 자치규약이다. 향촌규약(鄕村規約)의 준말이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이 지속 가능한 공동체 조성과 주민의 삶 향상을 위해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조선 시대 향약을 응용한 ‘슬로시티 악양 향약’을 만들어 다음 달 시행에 들어간다. 악양면은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2009년 세계에서 111번째(국내 5번째)로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슬로시티는 느리게, 천천히 사는 도시를 의미한다. 전통과 환경, 인간성 등을 지키며 느린 삶을 추구하는 슬로시티의 이념을 추구하기 위해 향약을 만든 것이다.

악양 향약은 ‘악양은 문화와 생명과 인정이 살아 숨 쉬는 고장이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사람 존중의 미덕을 우리 시대를 넘어 후손에까지 유산으로 남겨, 사람을 치유하고 보배로운 땅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전문으로 시작한다. 또 ‘우리는 성장에서 성숙, 양에서 질, 속도에서 깊이와 품위를 존중하는 느림의 삶을 지켜 아름다운 전통문화유산을 올곧게 보존하고 전승시키고자 향약을 제정하여 모든 주민이 실천하기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향약은 음식과 건강생활, 전통과 미풍양속, 교육·문화, 환경과 자연보호, 산업경제·농업, 사회질서와 안전 등 6개 분야의 실천 규약을 담고 있다. 내용을 보면 향토 음식을 먹고 적절한 운동과 여가 활동을 통해 건강한 삶을 살아가며, 전통놀이와 미풍양속과 같은 우리 고유의 문화를 보존하고, 자녀들에게 어른 공경과 이웃사랑의 예를 가르치며 어른들이 먼저 본이 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쓰레기는 줄이고 재활용은 늘려 환경오염을 줄여나가고 자연경관을 잘 보존하여 건강하고 아름다운 고장이 되게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여기다 지역문화의 복원과 함께 미래가치가 높은 농업 육성 등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사회질서 준수와 안전의 생활화를 통해 서로 믿고 의지하는 사회를 조성해 나간다고 돼 있다.

이는 지난해부터 슬로시티 악양주민협의회 논의와 한국슬로시티본부의 감수, 악양면 최고 의사기구인 악양면 발전협의회의 승인을 거쳐 지난 26일 공표됐다. 조문환 악양면장은 “슬로시티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향약 내용을 잘 실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위성욱 기자 we.su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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