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나이롱환자’ 입원 줄었는데 … 자동차보험료는 안 내려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심평원서 진료비 심사 맡은 뒤 깐깐

교통사고 환자 증가세도 꺾여

“비용 절감 혜택 국민에게 돌려줘야”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를 보험회사 대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맡으면서 진료비 증가세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나이롱환자’ 같은 불필요한 입원이 줄어들고 대신 외래진료가 늘어난 덕분이다. 심평원은 이러한 내용의 ‘2014~2016년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2013년 7월 각 보험사로부터 심사업무를 위탁받은 이후 처음 공개한 자료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사고가 난 뒤 보험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4만 명, 총 진료비는 1조6586억원으로 집계됐다.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환자 수와 진료비는 2014년 이후 늘고 있지만 증가율은 둔화되는 추세다. 환자 수는 2014~2015년엔 2.8% 늘었지만 2015~2016년엔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진료비 상승 폭도 2014~2015년 9.3%에서 2015~2016년엔 6.6%로 떨어졌다. 조진숙 심평원 자보심사운영부 차장은 “보험사가 개별적으로 하던 보험료 심사를 공공기관에서 맡게 되면서 환자에게 꼭 필요한 진료를 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러면서 진료비 증가 추이도 한풀 꺾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실제로 자동차사고를 당한 환자들은 갈수록 입원보다 외래를 택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이 적용되는 외래환자는 2014년 157만 명에서 지난해 172만 명으로 늘어났다. 반면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2014년 73만 명(전체 환자 중 37.6%)이었지만 2016년 69만 명(33.8%)으로 되레 줄었다. 조진숙 차장은 “ 환자와 병원의 도덕적 해이로 불필요하게 입원하는 경우가 꽤 있었지만 보험 심사가 강화되면서 꼭 필요한 사람만 입원하는 쪽으로 진료 행태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 진료비 변화는 보험회사의 이익과 직결된다. 이 때문에 심평원은 개략적인 진료비 심사 결과를 분기마다 손해보험협회에 통보하면서 보험사들도 입원환자 감소 등에 따른 손해율(가입자에게 거두는 보험료 대비 회사가 지출하는 보험금)이 개선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의 보험료 인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보험사들은 지난해 초부터 보험료를 올리는 곳도 있다. 심평원은 진료비 심사업무만 담당할 뿐 보험료 변경을 요청할 수는 없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불필요한 입원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외국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양방에서 줄어든 비용만큼 한방에서 나가는 진료비는 늘고 있다. 진료비 증가 둔화에 따른 보험료 인하요인이 없진 않지만 수리비·합의금 등 전체적인 지출과 비교해 크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공공기관이 자동차보험에 따른 진료 심사를 강화해 나온 혜택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 보험료 인하로 연결될 수 있는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