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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프랜차이즈 ‘을의 분노’ 봇물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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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 후

가맹점주들 목소리 커져

부당 계약 해지, 영업권 침해

분쟁조정 신청 건수 28% 증가

미·중에 비해 가맹사업 수월

오너 자격 강화 등 보완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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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갑질’ 폭로 또는 관계당국의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을’의 반격이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미스터피자 창업자 MP그룹 정우현(69) 회장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한 데 이어 파리바게뜨가 표적이 됐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은 27일 파리바게뜨 가맹점에 파견돼 근무하는 제빵기사들에 대한 ‘임금 꺾기’와 부당 지시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제빵기사의 연장근로 시간(1~4시간)을 전산 조작으로 1시간만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협력업체에서 일어난 일일 뿐 본사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부당 지시에 대해선 “신제품 출시 등 행사가 있을 때 본사 직원과 제빵기사가 불가피하게 소통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는 협력업체 소속으로 원칙적으로 가맹본부의 지시를 받지 않는다.

사실 이정미 의원이 제기한 파리바게뜨 파견직의 근무환경 논란과 최근 문제가 된 미스터피자의 ‘탈퇴한 가맹점주에 대한 보복 출점’은 성질이 다르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연일 터져나오는 갑질 사례와 여론에 편승해 묻어 가는 분위기다. 대기업 계열의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여론이 워낙 매서워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고 했다.

프랜차이즈에 대한 뭇매는 그동안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잘못이 그만큼 컸다는 걸 방증한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과다한 물류(재료비)와 필수 매입 품목 지정, 계약서에 없는 어드민피(관리비) 부과, 광고·판촉비의 가맹점 전가, 영업지역 침해, 부당한 계약 종료 등이 비일비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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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처럼 여겨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갑질은 분쟁조정 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5월까지 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은 28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늘었다.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로 넘어간 사례도 78건에 이른다. 분쟁 유형을 보면 정보공개서 제공의무 위반, 허위·과장 정보 제공, 부당한 계약 해지, 부당한 계약조건 설정, 부당이득 반환, 영업지역 침해, 부당한 계약 종료, 부당한 계약 변경 등 10여 가지가 넘는다. 건수도 2012년 212건에서 지난해 593건으로 10년 새 세 배 가까이 늘었다.

공정위 신고 등 가맹점주들의 저항은 올해 들어 부쩍 늘었다. 촛불집회 등으로 사회 분위기가 바뀐 데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공언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등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1일 미스터피자 압수수색에 이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 의지는 결정적으로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한 김밥 프랜차이즈 점주 A씨는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 이후 뭔가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A씨는 가맹본부가 물류비를 과도하게 책정했다며 지난해 4월 공정위에 신고했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오너의 성추행 혐의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호식이두마리치킨도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가맹점주모임을 만들었다. 현재 90여 명의 점주가 가입했다. 다만 그동안 숨죽이고 살아온 ‘을’인지라 조심스럽다. 점주 B씨는 “재계약이 걸려 있어 본사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건 여전히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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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의 일탈과 갑질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는 곧바로 가맹점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가맹본부에서는 마땅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너의 대국민사과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상생협의회를 통한 상생 방안’도 현재까지는 구호에 그치고 있다. 오히려 회사 측에서 조직한 ‘친가맹본부’ 성격의 상생협의회와 기존 점주협의회 간에 마찰을 빚어 서로 반목하는 곳도 적지 않다.

지난 20일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오너 리스크와 갑질로 인해 가맹점주가 피해를 보는 경우 이를 지원하는 일명 ‘호식이 방지법’을 발의했지만, 업계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시각이다. 애초 프랜차이즈 가맹사업 허가 규정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미국 월마트에 커피 프랜차이즈를 낸 커피베이 백진성(38) 대표는 “미국은 가맹 사업권을 따기 하기 위해서는 본부가 직영점을 운영해야만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가맹점주에게 필수로 제공하는 매출액·창업비용 등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오너가 직접 장사를 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은 훨씬 까다롭다. 백 대표는 “가맹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2개 이상의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현재 가맹본부 등록 후 바로 가맹사업을 개시할 수 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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