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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양승태 대법원장 책임·판사 블랙리스트 규명은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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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윤리위 ‘사법개혁 저지 사건’ 심의 결과 발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7일 사법개혁 저지 사건과 관련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앞선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보다 한발 더 진전된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윤리위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관여 여부와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남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의결한 추가 조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리위는 지난 2월 법원행정처로 발령받은 이모 판사에게 사법개혁 관련 학술대회를 축소시키라 지시하면서 불거진 사법개혁 저지 의혹(경향신문 3월6일자 1·11면 보도)은 임 전 차장의 요구와 사실상 지시에 따른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실행에 의한 것이라 확인했다.

윤리위는 “이 전 상임위원은 임 전 차장에게 국제인권법연구회 주최 공동학술대회에 대한 우려를 연구회 관계자에게 전달할 것을 요구받고 여러 방법으로 학술대회의 연기 및 축소 압박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전 상임위원이 임 전 차장으로부터 사실상 지시를 받아 국제인권법연구회 또는 공동학술대회를 견제하기 위해 전문분야 연구회 중복가입 해소조치를 시행했다”고 확인했다.

윤리위는 고 전 처장의 책임도 인정했다. 윤리위는 “고 전 처장은 임 전 차장과 각 실장 및 이 전 상임위원이 참석한 주례보고 자리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 주최 학술대회에 대한 대응 방안과 연구회 중복가입 해소조치에 대한 보고를 받고 적정성 등에 대해 우려를 하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법행정권 행사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나온 조사위 보고서도 임 전 차장이 국제인권법연구회 견제를 이 전 상임위원에게 지시했고 고 전 처장이 주재하는 주례회의에서 이번 사태가 논의됐다고 밝혔지만 이들의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조사위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도 애매한 결론을 냈던 것을 윤리위가 일부 바로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윤리위는 임 전 차장의 지시를 이행한 이 전 상임위원에 대해서는 징계 청구를, 고 전 처장에 대해서는 주의 촉구 등을 하라고 양 대법원장에게 권고했다. 정식 징계는 아니지만 대법관에게 주의 촉구 조치가 권고된 것은 2009년 ‘촛불집회’ 관련 재판을 간섭한 신영철 당시 대법관에게 내려진 경고나 주의 촉구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은 지난 3월 사퇴해 이번 징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 이민걸 기획조정실장, 홍승면 사법지원실장, 심준보 사법정책실장 등은 사법개혁 저지 논의에 참여했지만 시행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징계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법관에 대한 징계는 대법원장 등의 청구로 법관징계위원회가 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된 양 대법원장의 관여나 묵인 여부,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등은 법관대표회의가 요구한 추가 조사가 이뤄져야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가 조사가 시행될지 여부는 양 대법원장의 결정에 달려 있어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이는 양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이 주목되고 있다.

윤리위는 또 “사법행정권의 남용·이탈을 방지할 수 있도록 법관윤리 담당 부서의 강화 등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범준·이혜리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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