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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국민연금, 삼성물산 합병 찬성 공방… 결정적 3개 장면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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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청와대 압력 정황" VS 삼성 "추측과 비약"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최순실 뇌물'관련 3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6.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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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과정에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나'는 이재용 재판의 핵심 쟁점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주목한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반 결정을 위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열린 경위다. 특검은 투자위원회가 열린 과정에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삼성 측은 "국민연금 내규에 따라 절차대로 진행된 것으로 청와대 압력은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공판에는 당시 투자위원회 멤버였던 이윤표 전 운용전략실장, 채준규 전 리서치팀장 등 국민연금 관계자들이 차례로 증언대에 올랐다. 이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당시 투자위원회가 열렸던 전후 상황을 재구성해 봤다.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에 관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결정한 투자위원회는 2015년 7월 10일 오후 서울 강남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9층 회의실에서서 열렸다. 당시 회의에는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이윤표 운용전략실장, 김응환 운용지원실장, 한정수 주식운용실장, 안태일 채권운용실장, 유상현 대체투자실장, 이경직 해외증권실장, 양영식 해외대체실장, 조인식 리스크관리센터장, 이수철 투자전략팀장, 신승엽 리스크관리팀장, 민정기 패시브팀장 등 총 12명이 참석했다.

장고 끝에 이윤표 운용전략실장, 이경직 해외증권실장, 조인식 리스크관리센터장 등 3명이 표결에서 기권했고 이수철 투자전략팀장은 중립을 표시했다. 홍완선 본부장과 유 전 실장 등 8명이 찬성표를 던져 최종 가결됐다. 당시 표결은 거수로 할 경우 손을 든 사람을 보고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명표결 방식을 택했다.

기금운용본부는 이날 회의에서 과반수인 7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의결권 행사안건을 외부인사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넘길 예정이었다. 투자위원회에서 합병안 '찬성'으로 결론나면서 국민연금은 의결권전문위원회 회의절차 없이 합병안에 찬성했다.

◇특검 "청와대 압력 있었다" VS 삼성 변호인단 "무리한 추측"

특검이 이날 증인신문을 통해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근거로 제시한 정황은 총 세가지다.

첫번째 장면은 2015년 7월6일이다. 이날 이윤표 전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은 보건복지부 조남권 연금정책국장으로부터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을)반대하겠다는 거냐'라는 말을 듣는다. 당시 조 국장이 언성을 높이며 이 말을 했고 이 전 실장은 이를 '압력'으로 받아들였다. 이 전 실장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를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전문위원회가 아닌 투자위원회에서 처리하는 것에 반발해 표결에서 기권 의견을 냈던 사람이다.

두번째 정황은 2015년 7월8일 이 전 실장이 정재영 국민연금 책임투자팀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정 팀장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과 함께 복지부 관계자를 만나고 돌아온 이후 증인에게 '(전문위가 아닌 투자위에서 먼저 심도있게 논의하라는 것이)복지부만의 생각이 아닌것 같다'고 말한다. 증인은 정 팀장의 이 말을 전해듣고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이해했다.

세번째 정황은 7월10일 열린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 종료 직후다. 회의가 끝난 후 이 전 실장은 투자위원회가 열린 회의실과 같은 층에 있는 홍 전 본부장의 방에 들어갔다. 회의 이후 투자위원들 및 배석한 관계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려고 인근 식당을 예약을 한 상황이었고, 기자들이 1층에서 회의 결과를 취재하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방에 있던 이 전 실장은 당시 홍 전 본부장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것을 봤다. 이 전 실장은 "당시 홍 전 본부장이 전화에 대고 '안 수석님'이라고 하는 것을 듣고 안종범 수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증인은 홍완선이 '안 수석님'이라고 부르며 통화하는 것을 보고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라고 생각했다"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어떻게 이렇게 됐나 내가 왜 막지 못했나 생각하며 청와대 의중에 의해 회의가 좌지우지 된다는 것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이 3가지 장면에 대한 삼성 측 변호인은 '추측과 비약이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7월6일 보건복지부 국장이 '반대하겠다는 거냐'라고 말한 것이 어떻게 청와대 압력이 될수 있느냐"며 "특검의 무리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7월8일 있었던 '복지부만의 생각이 아닌거 같다'는 정재영 팀장의 말도 그의 '추측'일 뿐이며 이를 가지고 청와대 개입을 얘기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두번째 정황도 반박했다.

마지막 세번째 특검 주장인 홍완선의 안 전 수석과의 통화에 대해서는 "특검 주장대로 정말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고 그에 대한 통화라면 투자위원회 결정에 반발해 기권한 이 전 실장 앞에서 홍완선이 나가라는 말도 없이 대놓고 안종범과 통화를 했겠느냐"며 "당시 통화가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 측 변호인은 "오늘 증언을 보더라도 투자위원회 결정 과정에 청와대 압력이 있었다는 것이 결코 밝혀지지 않았다"며 추론과 정황일 뿐 청와대가 국민연금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 역시 복지부 국장이 언성을 높이며 '반대하겠다는 거냐'라고 말한 것을 청와대의 압력으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복지부가 국민연금에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 구조인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로 상하관계가 형성돼야 압력을 받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증인에게 "복지부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관계에 대해 묻고싶다"며 "복지부의 말대로 안하면 불이익을 받는 것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실장은 "꼭 그런건 아니다"라며 "일방적으로 지시받는 관계는 아니고 사안에 따라 협조도 하고 그런다"고 증언했다.

뉴스1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삼성합병 개입' 관련 결심 공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7.5.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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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선 투자위원회 편파 진행은 없었다" 증언 일치

당시 투자위원회 분위기에서 홍 전 본부장이 삼성 합병 찬성을 유도한 적이 없다는 증언도 나왔다. 당시 간사였던 이 전 실장은 "홍 전 본부장이 투자위원회 회의를 편파적으로 진행한 다는 느낌은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당시 토론시간만 2시간이 넘어갈 정도였고 이처럼 회의가 길어진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찬반을 두고 위원들 사이의 공방이 전례없이 길었다는 것이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홍 전 본부장은 회의를 주재하는 역할만 한 것으로 나온다. 홍 전 본부장은 앞선 SK와 SK C&C의 합병사례를 언급하거나 합병 관련 회의 참석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합병과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밝힌 것은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나와있다.

지난 20일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유상현 전 국민연금 해외대체실장 역시 이 전실장과 동일하게 증언했다. 그는 '홍완선 본부장이든 누구든 특정 결론으로 유도하기 위해 당시 투자위원회가 편파적인 분위기로 진행됐느냐'는 삼성 측 질문에 "당시 현장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당시 찬성 결정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합병 찬성이 국민연금 기금 증식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 표결한 것"이라며 "합병 시너지와 합병 무산시 주가 하락 가능성 등을 보고 찬성으로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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