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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양말 한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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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충청일보

[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ㆍ시인]빨래 건조대에서 빨래를 한 보따리 걷어와 거실에 펴놓고 개다 보면 희한하게도 양말 한두 개씩은 꼭 짝이 없다. 며칠 지나 다시 찾아봐도 여전히 혼자 굴러다니는 게 있는데 아깝기도 하고 보기도 좋지 않다. 신발도 누군가 잃어버린 것은 꼭 한 짝만 돌아다니며 이 발길 저 발길에 차여서 이내 못 쓰게 된다. 양말이나 신발도 짝이 있어야 보기 좋고 쓸모가 있게 마련이다.

사람은 어떨까. 요즘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집도 혼자 살기 좋게 작은 집을 지어 분양하면 잘 팔리고 식당도 혼자 밥 먹는 사람을 위해 마치 독서실의 칸막이처럼 식탁을 높은 칸으로 나누어 옆 사람이 보이지 않게 만들고 있으며 혼자 먹는 술꾼을 위해서 남이 보이거나 내가 보이지 않도록 여러모로 배려한 곳이 많다. 매스컴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편이고 당사자들도 이유가 당당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역시 사람은 짝이 있어야 보기 좋고 가정을 이루며 사는 게 정상적인 생활 모습이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꼭 결혼하고 자녀를 낳는 것이 좋다는 생각들은 많이 희석되었으나 그거야 궁여지책이거나 차선책으로 세워 놓은 핑계일 것이다. 성장 과정에서 생긴 가정의 역기능적인 요소들이 알게 모르게 힘들게 하였다면 분명 가정에 대한 좋은 감정보다는 좋지 않은 감정이 더 클 것이고 자신이 가정을 형성하고자 하는 욕구가 많이 감소할 것이다.

특히 이런 분위기의 중심에는 아버지가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 아버지가 영위해 온 가정의 모습이 자녀를 힘들게 하는 경우 자녀는 그와 같은 일을 반복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가 보여준 뒷모습이 어둡고 우울한 가정이었다면 자녀는 단연코 혼자 사는 것이 훨씬 더 편하고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역동적인 경제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효율성을 크게 강조하였다. 그러다 보니 가정의 중요성이 폄훼되거나 무시되었으며 자연히 가정에서의 자녀교육은 소홀히 취급되어 가정이 무엇인지 가족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이 적어 부모와 자녀가 어떻게 결속하여 가정을 이루는지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채 가정을 꾸려왔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원인은 바로 여기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이 일을 해결할 사람은 아버지들이다. 바쁘거나 미숙하지만, 자녀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도록 성장 과정에 함께 해야 한다. 세탁하는 사람의 손길이 소홀하면 양말이 한 짝씩 돌아다니고 주인의 눈길이 소홀하면 신발이 한 짝씩 돌아다니며 아버지의 관심이 소홀하면 자녀가 혼자 돌아다니게 된다.

충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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