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사설] 청와대와 여당의 소통 '내로남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소통을 그토록 중시한다는 문재인 청와대와 여당 홈페이지에 자유게시판이 없다. 청와대나 여당 홈페이지를 찾는 사람 대부분은 뭔가 할 말이 있는 국민이고, 자유게시판은 그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50일 가까이 되는데 이런 언로(言路)가 막혀 있었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청와대는 26일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 때 없어진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직후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는 자유게시판뿐 아니라 대통령 관련 자료가 모두 철거되는 등 사실상 폐쇄 상태로 들어갔다. 대통령이 탄핵됐는데 청와대 홈페이지가 정상 가동되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새 정부는 무슨 일만 있으면 전(前) 또는 전전(前前) 정부 탓으로 돌린다.

민주당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자유게시판이 지지자들 간의 격렬한 싸움터가 되자 없앴다. 같은 편끼리 싸우는 것을 굳이 노출하지 말자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선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청와대와 여당이 자유게시판을 열지 않는 것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 비방이 보기 싫은 것이다. 불통이라고 그토록 비난하던 박 전 대통령조차 청와대 게시판은 열어놓고 있었다.

문 대통령 극성 지지자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 공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럴 때마다 민주당 의원들은 "(문자 폭탄이 아니라) 국민의 뜻"이라며 옹호했다. 대통령에게 조금이라도 비판적이면 여야 가리지 않고 문자 테러를 가하는 데 대해서도 "참여 민주주의의 새 지평" "댓글로 사람이 죽지 않는다"며 소통을 내세웠다. 그런데 자신들은 '문자 폭탄'을 받지 않겠다고 자유게시판도 열지 않고 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따로 없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대통령의 24시간 일정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총리가 이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취임하고 나자 과거 대통령과 다를 것 없는 모습이다. 두 달이 되어가는데 기자들이 현안에 대해 물어볼 기회는 사실상 한 번도 없었다. 문정인·임동원씨와 같은 주목되는 사람들을 만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청와대는 "게시판뿐 아니라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게시판 여는 것은 생각만 있으면 하루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