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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유해 찾으려던 전우들과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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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발굴 도움받은 국방부 감식단

故서정열씨 묘소 참배… 감사패 전달

동아일보

올해 3월 말 류수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발굴팀장(왼쪽)과 함께 경북 영덕의 유해 발굴 현장을 찾은 고 서정열 씨.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제공


92세의 고령에도 6·25전쟁 때 전사한 전우를 찾기 위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과 함께 현장을 찾아다니다 최근 불의의 폭발사고로 숨진 6·25 참전용사 서정열 씨 유족에게 국유단이 감사패를 전달했다.(본보 6월 22일자 A12면 참조)

국유단 지휘부는 26일 서 씨가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이어 서 씨의 아들 성석 씨(60)에게 감사패와 고인의 유해 발굴 활동 영상이 담긴 CD를 전달했다. 성석 씨는 “한평생 나라만 생각하고 사셨던 아버지의 정신을 잊지 않고 살겠다”고 했다.

고인과 함께 2014년 10월부터 유해 발굴 작업을 해 온 류수은 감식단 발굴팀장(31)은 “어르신은 4월까지만 해도 거주지인 인천에서 유해 발굴 현장인 경북 영덕까지 직접 찾아와 위령제까지 지내주신 분”이라며 “이번 달부터 강원 양구 백석산에 함께 가 발굴 작업을 하기로 약속했는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서 씨는 2014년 10월 백석산 아래서 류 팀장을 만난 것을 계기로 4년째 국유단을 도와 왔다. 서 씨는 자신이 1951년 9월 중공군에 맞서 싸웠던 백석산을 매일 오르내리던 중이었다. 전투 당시 서 씨 부하는 총탄에 맞아 서 씨 품속에서 전사했고, 서 씨도 폐에 관통상을 입었다.

백석산 아래서 버스를 기다리던 서 씨를 본 류 팀장은 “유해를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그러나 서 씨가 전투 상황을 뚜렷하게 기억해 내면서 오히려 서 씨 도움을 받아 국유단이 유해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4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국유단과 유해 발굴에 나서며 류 팀장과 가깝게 지내던 서 씨는 5월 돌연 연락이 끊겼다. 지난달 3일 자택에서 부탄가스가 폭발하는 사고를 당해 3도 화상을 입은 것. 이 사고의 여파로 그는 11일 별세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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