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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정부의 일자리 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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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7년 6월 6일 26면>

일자리 추경, 목표는 좋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이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추경은 올 4월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11.2%까지 치솟는 등 인재지변(人災地變) 수준의 실업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추경의 뚜껑을 열어 보니 걱정되는 부분도 적잖다. 전체 11조여원 중 직접 일자리에 관계되는 예산은 4조여원 및 지방교부금 중 일부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의 예산은 인프라 구축이나 복지예산 비슷한 성격이어서 실적 할당이나 퍼주기식 예산 낭비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번 추경은 ‘임기 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명’의 공약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목표는 근사하나 그간 제기된 의문에 대한 답변은 여전히 충분치 않다. 이번 추경이 추경 요건은 되는지, 경기 개선 조짐이 뚜렷한 마당에 추경이 온당한지, 추경이라는 단기 처방으로 일자리라는 장기 목표를 건드리는 게 옳은지 같은 지적은 일단 옆으로 제껴 두자. 이번 추경의 효과가 실제로 민간부문 고용 증대로 옮겨붙을지, 그리고 일회성 추경으로 한번 뽑아놓은 공무원이 30년간 재정에 점증적인 부담을 안기지 않을까 국민 대다수는 궁금해 한다.

일자리 만들기에는 왕도가 없다. 고통 분담 없는 일자리 창출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2000년대 초반 스스로 뼈를 깎는 ‘하르츠 개혁’을 통해 경제를 부활시켰다. 좌파 정부임에도 정권을 잃어버릴 각오를 하고 근로자의 희생과 고통 분담을 요구한 끝에 독일 경제를 다시금 반석에 올려놓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추경’은 요행히 잘 걷힌 세금을 투입해 공무원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슈뢰더처럼 몸을 던지는 치열한 개혁정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낙하산 추경’이니, ‘문재인 취임 축하 추경’이니 하는 세간의 의혹을 씻어내려면 서비스산업발전법·규제프리존법 정도라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규제완화를 통해 양질의 민간기업 일자리를 확충하는 대신 ‘복지 지원’ 성격의 공공부문 일자리만 늘린다면 이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다.



한겨레 <2017년 6월 6일 23면>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과 ‘일자리 추경’

정부가 5일 국무회의를 열어 11조2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공무원 1만2000명을 비롯해 공공부문 일자리 7만1000개, 중소기업 지원 등을 통해 민간부문 일자리 3만8500개 등 11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추경의 모든 재원을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여건 개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말 그대로 ‘일자리 추경’인 셈이다.

‘일자리 추경’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4월 17일 첫 공식 유세에서 “양극화와 실업으로 내수 침체가 장기화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집권하면 즉각 10조원 이상의 일자리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 호조로 일부 경기지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고용 사정 악화와 소비 위축으로 서민경제는 여전히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월 실업률은 4.2%로 같은 달 기준으로 2000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였고, 청년실업률은 11.2%로 통계 기준을 바꾼 1999년 6월 이후 가장 나빴다.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23.6%에 이른다.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자인 셈이다. ‘고용 절벽’에 따른 고통은 저소득층이 가장 크다. 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2016년 1분기부터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추경이라는 ‘응급 처방’이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추경은 넉넉한 초과 세수 덕분에 국채 발행 없이 편성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추경 편성 때마다 불거졌던 재정 부담 논란을 피하게 된 것이다.

다만 앞으로가 문제다. 소방관·경찰·교사·사회복지사 등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분야라고는 하지만 공무원 증가는 재정 부담이 따른다. 올해 채용하는 1만2000명의 경우 추경이 6월에 국회를 통과하면 7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돼 거의 연말까지 진행되는 까닭에 채용 비용 80억원만 반영됐다. 인건비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현실성 있는 재원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지속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안에 공무원 17만4000명 등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약속한 바 있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로는 ‘고용 없는 성장’을 극복하기 어렵다. 불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바로잡아 국내 고용의 88%를 떠맡고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에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

정의당을 제외한 야당들은 이번 추경에 부정적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국가재정법이 정한 추경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추경이 실제로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있을지를 꼼꼼히 따지고 수정·보완하는 건 국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형식논리를 앞세워 추경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 등 지금의 경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추경은 내용 못지않게 시기가 중요하다. 정부와 여당도 야당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실기를 하면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논리 vs 논리

민간 규제 풀어 추경 효과 높여야 vs 불공정 시장경제 개혁이 해법

<단계1> 공통주제의 의미

정부가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지난 6월 7일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추경안은 사회간접자본이나 선심성 지역 예산을 배제한 순수한 일자리 창출 위주로 짜여 있다는 점이 특색이다.

청와대에서 일자리와 경제 분야를 담당하는 장하성 정책실장은 지난 6월 4일 브리핑을 열고 일자리와 양극화 문제가 재난 수준이라면서 일자리 추경은 소득 감소 문제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추경안에 대한 야당들의 반대 공세는 만만치 않다. 야당의 반대 논리의 핵심은 이번 추경안이 법적 편성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재정법은 전쟁·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 변화·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추경을 편성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번 추경은 ‘자연재해·경기침체·대량실업’ 등 추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자유한국당의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수출 증가 회복이 성장세로 가고 있고 청년실업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경제성장률을 2.5%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고 지적하며 추경 예산을 편성해야 할 만큼 급박한 경제위기 상황은 아니며, “15~20년 뒤면 이번에 새로 뽑는 공무원 1만2000명에게 매년 11조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며 향후 30년간 재정에 부담을 주는 공무원 증원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추경의 실효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국회를 방문해 지난 12일 시정연설을 한 데 이어 13일에는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오찬 회동을 갖고 추경 처리에 협조를 당부하는 등 추경 통과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청와대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해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추경안의 국회 통과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이번 추경이 추경 요건은 되는지” “단기 처방으로 일자리라는 장기 목표를 건드리는 게 옳은지” 같은 지적은 “일단 옆으로 제껴 두자”고 말한다. 그렇다면 중앙이 말하는 추경에 있어서 제1의 고려사항이란 무엇인가. 바로 추경의 실제적 효과다. “이번 추경의 효과가 실제로 민간부문 고용 증대로 옮겨붙을지, 그리고 일회성 추경으로 한번 뽑아놓은 공무원이 30년간 재정에 점증적인 부담을 안기지 않을까 국민 대다수는 궁금해 한다”라는 구절이 그것이다. 공공기관의 일자리 창출이 소위 ‘마중물’이 되어 민간부문의 고용 증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향후 국가의 재정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정부의 이번 추경안을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중앙의 시각이다.

한겨레는 사설의 서두에서 추경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구체적 수치로 언급하며 이번 추경이 오직 “모든 재원을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여건 개선에 투입”되는 ‘일자리 추경’임을 강조하며 그 의의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겨레는 ‘일자리 추경’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일자리 추경’이 공약 이행을 위한 과정, 다시 말해 정치도의상 필요한 과정임을 말하고 있다.

한겨레는 2000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였던 4월의 실업률 4.2%, 1999년 6월 이후 가장 나쁜 청년실업률 11.2%, 청년 체감실업률 23.6%,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자인 현실, 고용절벽에 따른 저소득층의 고통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이번 추경의 의의를 ‘응급처방’에 비유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추경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이 한겨레의 입장이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의 사설 제목, ‘일자리 추경, 목표는 좋지만 효과는 의문이다’를 보자. 일자리 추경의 목표는 무엇인가. 바로 ‘일자리 창출’이다. 야당도, 여당도, 국민들도 거기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그 효과라는 것이 중앙의 입장이고, 그 효과가 문제가 있으면 다른 대안을 검토해 보라는 것이 중앙의 지적이다. 중앙은 그 대안의 모델을 독일의 ‘하르츠 개혁’에서 찾는다. ‘하르츠 개혁’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2003년 노사정 대타협을 바탕으로 단행한 일련의 노동·복지·연금·세제 개혁 정책을 말한다. 슈뢰더 총리는 높은 실업률과 낮은 성장률이라는 이중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택했다. 독일이 좌파정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통해 고용 여건을 개선했듯이 문재인 정부 또한 ‘하르츠 개혁’을 긍정적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앙의 주문이다.

중앙은 추경의 일자리 창출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서비스산업발전법·규제프리존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비스산업발전법·규제프리존법”은 정부의 민간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해 악화된 고용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목표가 일자리 창출에 있다면 국민들의 비판적 여론에 맞설 각오를 가지고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라는 것이 추경의 실효성을 의문시하는 중앙의 입장이다.

한국 경제에 있어서의 악화된 고용여건을 풀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한겨레와 중앙은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 해법에 있어서는 시각을 달리한다. 중앙이 민간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그 해법으로 보고 있다면 한겨레는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 ‘곧’ 불공정한 시장경제 질서”의 개혁을 그 해법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로는 고용 여건을 극복하기 어려우므로 ”불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바로잡아 국내 고용의 88%를 떠맡고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에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 한겨레의 해법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현실성 있는 재원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지속되기 어렵다”라는 구절을 볼 때, 한겨레 역시 추경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추경의 일자리 창출 효과 여부는 꼼꼼하게 따져야 하겠지만 악화된 경제사정과 최악의 청년실업 등의 해결책으로서의 추경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한겨레의 입장이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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