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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포장이 예술이네…조선 왕실 또 다른 예법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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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박물관 기획전, 27일 개막

경향신문

영친왕비의 쌍가락지·장도노리개와 포장 용구(중요민속문화재 265호).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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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에서는 포장할 물품만큼이나 포장 용구들도 중요했다. 보자기든, 크고 작은 나무함이든, 가죽 상자든 최고의 장인이 최상의 재료로 포장할 내용물에 가장 어울리는 포장 용구를 만들었다. 내용물의 중요성, 가치를 포장이 드러낸다고 믿었다.

조선 왕실 포장 용구는 화려하지만 색감이 결코 가볍지 않고, 디자인이 세련됐으며, 격조가 있으면서 아름답고 정성까지 오롯이 느껴진다. 빼어난 예술품이라 할 만하다. 실제 왕실에는 왕실 포장을 담당하는 관청인 ‘상의원(尙衣院)’이 있었고, 중요한 국가 의례에 사용될 물품의 포장은 ‘봉과(封과)’라는 엄정한 의식절차로 진행됐다.

국립고궁박물관이 독특한 기획전을 마련했다. 27일 개막하는 ‘조선 왕실의 포장 예술’전이다. 왕실의 주요 유물에 집중한 기존 전시들과는 달리 이번 특별전은 주요 유물의 포장 문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유물의 중요성에 가려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왕실의 아름답고도 실용적인 포장예술의 미학을 살펴보는 것이다.

전시장에는 포장 문화의 다채로운 면을 엿볼 수 있는 갖가지 포장 용구와 그 내용물이 나온다.

1726년(영조 2년) 10월에 정성왕후(1692~1757)를 왕비로 책봉하면서 관련 기록을 옥판에 새긴 옥책과 관련 유물, 그리고 이들을 포장한 보자기와 함으로 구성된 ‘영조비 정성왕후 왕비 책봉 옥책과 봉과 물품’,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 왕비의 쌍가락지와 장도노리개를 포장한 포장 용구(중요민속문화재 265호), 1837년(헌종 3년) 효현왕후를 왕비에 책봉할 때의 각종 봉과 물품과 포장 용구 등이 대표적이다. 왕실의 경사스러운 행사 때 쓰인 것으로 보이는 ‘네 폭 봉황문 보자기’는 석류·복숭아 등 다양한 무늬를 그려 장수와 자손 번창을 기원하고 있다.

또 조선시대 결혼 풍습을 엿볼 수 있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 화첩’(보물 527호) 중 ‘신행길’ 작품 등 관련 유물도 나와 전시의 이해를 돕는다. 기획전시실에서는 현대 공예작가 24명이 왕실의 포장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공예품을 선보인다. 김연수 관장은 “선조들의 지혜, 미학 등을 새삼 생각하는 귀중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궁박물관은 전시기간 중 각종 체험 프로그램, 가족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전시는 9월3일까지. (02)3701-7654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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