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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조선왕실 보물들은 포장하는 과정도 예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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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립고궁박물관의 특별전 ‘조선왕실의 포장예술’ 눈길

국내 처음 왕실 물품 포장기술 조명하는 이색전시

옥책, 서책 쌌던 보자기, 함, 패물포장용구, 의궤 등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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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초 영친왕비의 쌍가락지, 장도노리개와 이를 싼 포장용구들.


조선시대에는 막대한 수량의 왕실 보물들을 어떻게 포장해 보관했을까.

왕실보물들은 종류가 다양했다. 왕비를 책봉하거나 왕과 왕비·대비 등에게 존호(덕을 기리며 바치는 칭호), 시호(죽은 뒤에 행적을 기리는 칭호) 등을 올릴 때 내용을 새겨 첩으로 엮은 '옥책'(玉冊)과 의례용 인장인 어보, 임금과 왕족의 글씨가 쓰여진 서책 등이 주종이었다. 포장의 재료나 기법도 정교하고 치밀했다. 접어서 보관하는 옥책만 해도 파손을 막으려고 옥책 첩 사이에 솜보자기인 ‘격유보’를 끼워넣었고, 비단보자기로 싸서 보관용 상자인 갑(匣)에 넣었다. 갑 또한 붉은 칠을 한 내함과 이를 다시 집어넣는 흑색 외궤가 별도로 있었고, 포장 과정 자체도 ‘봉과’라는 국가의례 절차에 따라 진행될 만큼 격식을 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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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영조비 정성왕후의 왕비 책봉 옥책들과 봉과 물품.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에서 27일 개막하는 특별전 ‘조선왕실의 포장예술’은 격조높은 왕실의 물품 포장기술을 처음 집중적으로 다루는 이색 전시회다. 전시장에는 옥책을 쌌던 비단보자기와 현종의 딸 명안공주(1667∼1687)의 혼례품을 감싼 검은색 구름무늬 보자기, 책을 넣었던 다양한 상자류, 영친왕비의 패물 포장용구 등이 나왔다. 헌종의 후궁 경빈 김씨(1831∼1907)가 주요 기일에 입는 궁중옷들을 궁체로 쓴 서적과 이 책을 담은 상자, 포장된 혼례품을 옮기는 장면을 그린 왕실기록 문서인 의궤, 신정왕후(1808∼1890)의 팔순 잔치를 그린 정해진찬도 병풍도 눈길을 모은다. 이밖에 지하 기획전시실에는 현대 공예작가 24명이 왕실 포장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현대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단순한 겉장식이 아니라 내용물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상징으로서 중시됐던 왕실 포장문화의 예술성을 실감할 수 있는 자리다. 9월 3일까지. 7월 13일, 8월 10일에는 조선왕실의 포장 등을 주제로 특별강연이 열리며 여름방학 기간에는 초등학생 체험 활동도 꾸려진다. (02)3701-7500.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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