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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AI 변호사' 대회 2연패한 한국팀 알고리즘의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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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가 B 소유 점포를 임차해 음식점을 경영하던 중 원인불명의 화재로 인해 점포가 전소됐다. 그런데 A는 평소에 무자격자에게 전선교체공사를 하도록 했고, 시공자는 규격품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음식점을 경영하는 관계상 많은 전기량을 소비해왔다. 이 사안을 토대로 전개될 수 있는 법률관계 중 틀린 것은? (정답은 기사 하단에)


① A는 인도하기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점포를 보존할 의무가 있다.

② B는 임대인으로서 A가 점포를 사용 및 수익하는 데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진다.

③ B가 A를 상대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A의 귀책사유에 대해서는 B가 이를 입증할 책임을 지지 않는다.

④ B가 A를 상대로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A의 귀책사유에 대해서는 B가 이를 입증할 책임을 진다.

⑤ 화재가 원인불명이므로 A는 어느 경우에도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화면에 일본 사법시험의 민법 문제가 나오자 영국, 일본, 캐나다 등에서 나온 대표선수가 제시된 사례에 적용할 법령과 해결책을 찾아냈다. 1시간 동안 더 많은 객관식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선수가 이기는 대회다. 이 모습을 본 각국의 법조인들은 탄성을 지르고 박수를 쳤다. 응시생이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 인공지능과 법률 컨퍼런스'의 하이라이트는 이 '법률 인공지능 경진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승을 차지한 AI는 한국의 '인텔리콘 메타연구소(대표 임영익 변호사)'가 개발한 '아이리스(I-LIS)'다.

중앙일보

임영익 변호사(인텔리콘 메타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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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익(47·사법연수원 41기) 변호사는 공학과 법률을 모두 공부한 개발자다. 대학 때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미국에 간 그는 2000년대 초 미국을 휩쓴 AI 연구에 빠지게 됐다. 당시 미국에선 의학, 법학 등 전문 영역에서 AI를 활용하는 방안이 화두였다. 임 변호사는 이 중 법률 서비스를 AI와 접목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귀국했다. 그에겐 의학이 더 친숙한 학문이었지만 의학과 접목한 AI는 미국에서 이미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가 이뤄져 곧 한국으로의 수출도 계획돼 있었다. AI 법률 서비스는 국가 간 장벽이 있기 때문에 그는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귀국 후 그는 먼저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법학을 모른 채 법률 AI를 만들면 반쪽짜리라고 생각해서다. 200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12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그는 법률 AI를 자체 개발하는 데에 매진했다. 임 변호사는 "외국 대기업의 기술력을 빌리지 않고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5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상용화한 AI변호사 '로스(Ross)'는 미국 IBM사가 제작한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의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아이리스가 국제 대회에서 2연패를 한 비결로 임 변호사는 "리걸 마인드(Legal Mind, 법적 사고력)"를 꼽았다. 그는 "보통 AI가 똑똑한 사람을 모방했다면 법률AI인 아이리스는 똑똑한 법조인을 모방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아이리스를 개발하는 인텔리콘 메타연구소에는 AI를 개발하는 인공지능팀, 법학을 전공한 법률분석팀, 이 둘 모두를 공부한 법률융합팀이 있다. 이들이 가장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부분은 AI가 법령과 판결문을 학습하면 이를 바탕으로 법조인처럼 판단하도록 알고리즘을 짜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아이리스를 의뢰인과 법조인 모두를 돕는 인공지능 법률비서로 만들어내려 한다. 의뢰인이 법률사무소를 찾기 전 일상 언어로 상담 내용을 입력하면 관련 법령, 판례, 간단한 조언을 줄 수 있는 지능형 법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그의 목표다. 법조인에게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판례 검색 등 기초 조사를 대신해 줄 수 있다. 그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법률 서비스의 문턱은 높다. 전문가마저도 손이 많이 필요하다. 간단한 법률 업무는 대신 처리 해줄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기사 도입부 문제 정답은 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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