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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판사 인사권'을 국회 추천 인사들에?···학계 "찬성" vs 법원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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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개헌특위 자문위 "사법평의회에 법관인사 부여" 제안]

머니투데이

대법원 청사/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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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을 놓고 사법부가 내홍에 휩싸인 가운데 판사 인사권 등 행정권을 국회 추천 인사 등으로 구성된 독립기구에 넘기자는 제안이 나왔다. 26일 국회 개헌특위(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주최로 열린 헌법개정 토론회에서다.

시민단체, 학계 등에선 대체로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독립기구인 사법평의회에 사법행정권을 부여하자는 자문위 안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반면 대법원 등 법조계에선 사법부 독립성 훼손 등 부작용이 크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독립기구 '평의회'란= 이날 자문위가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권한을 넘겨받을 기구로 소개한 사법평의회는 법관의 임용에서 승진·전보·보직과 같은 인사기능 등 사법행정권한 전반을 행사할 독립된 헌법기구다.

대통령이 선출할 2명, 국회가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할 8명, 법관투표로 선출할 6명 등 16명으로 구성되는 사법평의회는 법관에 대한 인사권 외에도 △대법관 후보자 추천 △법관에 대한 징계권 행사 △법원 재정계획 수립·집행 등 업무를 맡는 조직이다.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 찬성요건을 부여해 8명의 위원을 뽑도록 한 것은 단일정파가 사법평의회를 장악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 위원의 설명이다. 법관들이 선출할 수 있는 위원의 수를 6명으로 제한한 것은 사법행정을 법관들에게만 맡겨서는 안된다는 취지에서다.

이날 발제를 맡은 자문위원회 사법분과 소속 정태호 자문위원(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현재의 사법부 체계에 대해 "대법원장 등 인사평정을 하는 고위법관이 정권차원의 은밀한 사법통제를 위한 인사조치를 할 경우 중립성·독립성을 본질로 하는 재판업무를 수행하는 법관들의 지위와 충돌하면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은 물론 사법부 신뢰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법원 독립을 지키기 위해 정권의 비공식적 인사주문을 거부하려면 정권차원의 가공할 압박을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대법원장의 법관인사권 독점이 빈번한 전보인사, 다단계 승진단계, 승진단계간 대우·봉급의 격차, 발탁인사를 특징으로 하는 현 피라미드 구조의 인사제도와 결합돼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위협한다"며 사법평의회 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법행정 脫판사화 환영"= 학계나 시민단체 측은 대체로 사법평의회 구성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이종수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외국에서는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하급법원간 심급제에서 기인한 상하관계가 있을지라도 각급 법원과 관계에서는 동등한 위치라는 관계가 보장됐다"며 "한국에서는 현행헌법에 없는 '사법부'라는 표현과 '사법부 수장' 등 개별법관의 독립성 측면과 배치되는 위계서열적 사고와 개념이 등장해 고착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법무부의 탈검찰화 논의와 함게 사법행정에서도 '탈판사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법평의회가) 사법행정의 최고기구로서 기존 대법원의 규칙제정권과 법원행정처의 기능을 합친 매머드 기구로 탄생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정미화 변호사(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등도 "법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사법부 독립 및 법관의 재판상 독립이라는 두 가치를 균형있게 실현하는 사법평의회 신설에 찬성한다"며 찬성입장을 밝혔다.

◇"'평의회'案, 사법정치화·삼권분립 훼손"= 반면 법원행정처, 변호사단체 등 기존 법조계에서는 사법평의회안이 삼권분립 체계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등 우려로 반대의견을 명확히 했다.

이희준 심의관(대법원 법원행정처)은 "'민주적 통제와 판사독립의 균형있는 보장'이라는 명분 하에 평의회에 사법행정권한을 통째로 넘겨주다가는 '사법의 정치화'가 우려된다"며 "가치중립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현 시스템과 가치지향적 위원에 의해 구성된 평의회 중 어느 쪽이 정치성향과 사상의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 심의관은 최근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논란'에 대해서도 "집중돼 있는 사법행정권한을 법원내에서 어떻게 적절히 나눌지 고민하는 것이 맞지 그 권한을 통째로 다른 기관에 넘겨준다고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평의회 설립으로 법원내 권위주의 탈피가 이뤄지기보다 오히려 평의회를 정점으로 한 권위주의를 낳을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대한변협의 최재호 부협회장은 "사법평의회는 위원의 전문성·독립성을 떠나 정당·정파간 타협과 교섭의 결과로 선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입법부의 권력다툼 문제가 사법부 인사나 운영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결국 능력있는 판사에 대한 사법부 인사를 그르칠 수 있는 등 삼권분립 정신에 위배된다"며 "정의롭고 공정한 재판을 해칠 우려가 크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개헌 최소화...法개정만으로 충분"= 굳이 사법평의회처럼 거창한 기구를 설립해야 하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됐다. 방승주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사법부의 민주적 통제와 독립을 도모하려면 제도운영 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헌법개정을 최소한의 범위에서 하면 될 일"이라며 "성공여부를 장담할 수 없고 검증되지도 않은 유럽 일부국가의 생소한 제도를 들여와서 효과를 도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방 교수는 "사법평의회처럼 제3의 독립기관을 헌법기구로까지 하지 않더라도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운영을 보다 민주적으로 하고 그 권한을 강화토록 법률을 개정하는 등 방법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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