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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한국 록 代父의 명곡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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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신중현 헌정음반 발매… 다양한 음악 색채 입혀 리메이크

후배 가수들 기념공연 가져

"1974년에 나온 '신중현과 엽전들'의 1집은 한국적 록이라는 야심을 품고 만들었던 음반이에요. 좋은 후배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헌정 음반을 만들어주니 너무 기쁘죠."

24일 서울 마포구의 소극장인 CJ아지트 광흥창. 조명이 모두 꺼진 컴컴한 공연장에서 '한국 록의 대부'로 불리는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 신중현(79)의 인터뷰 음성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미인'과 '아름다운 강산' 같은 신중현의 명곡들을 후배 인디 밴드들이 리메이크해서 지난달 헌정 음반 '신중현 디 오리진(The Origin)'을 펴낸 데 이어 이날 기념 공연을 가졌다.

조선일보

24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열린 신중현 헌정 음반 발매 기념 공연에서 인디 밴드 연합팀이 신중현의‘미인’을 연주하고 있다. /CJ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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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강산에와 시나위, 윤도현밴드와 봄여름가을겨울 등이 주축이 되어 '신중현 헌정 음반'을 제작한 적이 있다. 20년 만에 나온 이번 앨범은 두 번째 헌정 음반이 되는 셈이다. 같은 가수의 곡을 리메이크해서 두 번이나 헌정 음반을 펴내는 것도 신중현이 아니면 상상하기 힘든 경우다.

후추스와 블루파프리카, 전국비둘기연합과 ABTB 등 이날 공연에 참여한 인디 밴드들은 CJ문화재단의 신인 음악가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그룹들이다. "로큰롤 손주들의 무대"라는 전국비둘기연합의 무대 소감처럼, 신중현이 한국 가요사에 남긴 발자취를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백발을 어깨까지 기른 신중현도 헌정 음반의 총괄 감독을 맡았던 건반 연주자 정원영과 함께 객석에서 3시간 내내 공연을 지켜봤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모던 록을 선보인 후추스와 구수하고 걸쭉한 블루스의 향취를 제대로 냈던 블루파프리카, 1970 ~1980년대 정통 하드록의 정서를 간직한 ABTB까지 후배들은 신중현의 원곡에 다채로운 음악적 색채를 입혔다. 기타와 드럼의 2인조라는 단출한 편성으로 신중현의 '나는 몰라'를 거칠고 실험적인 로큰롤로 재해석한 전국비둘기연합의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헌정 음반에 참여한 인디 그룹 기타리스트 3명은 드럼과 베이스 반주도 없이 즉석에서 기타 3대만으로 즉흥 연주를 선보였다. 신중현 앞에서 기타 솜씨를 선보인 이들은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심경"이라고 쑥스러워하면서도 막상 블루스가 울려 퍼지자 한 치 양보 없이 팽팽한 실력 대결을 펼쳤다.

신중현은 장남인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 차남인 서울전자음악단의 신윤철, 막내인 드러머 신석철까지 '음악 명가'로도 유명하다. 이날 공연에서는 신윤철이 이끄는 서울전자음악단이 신중현이 작곡하고 김정미가 불렀던 '바람' 등을 리메이크했다.

마지막으로 공연에 참여한 인디 밴드 연합팀이 신중현의 '미인'을 함께 부른 뒤, 무대로 올라온 신중현은 이렇게 말했다. "대중의 뇌리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곡들을 다시 살려준 후배들이 고맙다. 오랫동안 음악을 했지만 이렇게 좋은 날을 맞이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신중현의 기타 연주를 듣지 못했다는 점만 제외하면, 더할 나위가 없는 음악적 호사(豪奢)였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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