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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별별시선]관리감독 소홀한 지역아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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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다문화가정 학부모와 상담하면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초등학생 자녀들은 방과후 동네에 있는 공부방(지역아동센터)에 다녔다. 대부분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인데, 아이들이 오랫동안 공부방에서 부당한 대우를 당해온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공부방 교사는 아이들에게 학습지를 풀어오라는 숙제를 내주고, 숙제를 다 못하거나 풀어온 문제가 틀린 경우 그 개수만큼 플라스틱 자와 장구채, 노트 등으로 때렸다. 아이들은 수십 대에서 많은 경우에 100대 넘게 맞기도 했다. 머리가 길다고 다른 아이들 앞에서 가위로 머리카락 일부를 자르기도 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 폭언이나 욕설로 공포심을 주는 일도 잦았다고 한다. 피해를 당한 아이들은 자해, 등교거부, 부모와 대화 단절 등 이상행동 증상을 보였고, 우울증 진단까지 받은 아이도 있다. 이는 명백한 아동학대다.

부적절한 회계운영이 의심되는 정황도 있다. 학부모들은 센터의 요청에 따라 센터 운영기관의 후원계좌 또는 시설 대표자 개인계좌로 매월 5만~10만원씩 돈을 보냈다. 지역아동센터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 지원을 받기 때문에 무료이용이 원칙이다. 보건복지부 지침에서는 교재비, 야외현장체험비 등의 실비를 받는 경우에도 그 대상을 중위소득 85%를 초과하는 가정(4인 가구 기준 월수입 379만7000원 이상)으로 하되 최대 5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시설의 이용 아동 및 아동의 보호자로부터 센터 후원금을 받는 것은 지양하고, 지급된 후원금에 대해서는 반드시 기부금 영수증 발급 및 사용결과 보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 300만원이 부과된다. 그러나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하고 한국 생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다문화가정 학부모들은 센터가 납부하라는 대로 매달 돈을 낼 수밖에 없었고, 이후 어떠한 기부금 영수증이나 사용내역도 받지 못했다.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법에 규정된 아동복지시설이다. 방과후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18세 미만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보호·교육, 놀이와 오락의 제공, 보호자와 지역사회의 연계 등 아동의 건전 육성을 위하여 필요한 아동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거 민간에서 공부방이라는 이름으로 소규모 자생적으로 운영되어 오다가, 2004년경 아동복지법에 따른 복지시설로 법제화되고 보조금이 지원되면서 숫자가 많이 늘어났다. 작년 기준 전국적으로 4100여개의 지역아동센터를 평균 10만명 이상의 아이들이 이용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매우 소중한 공간이다. 가정을 넘어 사회의 세심한 보호가 필요한 한부모·조손·다문화 가정이나, 부모가 모두 일하는 맞벌이 가정의 자녀들이 방과후 혼자 남겨지지 않도록 꼭 필요한 사회적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장이다. 소규모 가정 형태의 이용시설로 충분하지 않은 정부 지원과 박봉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은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담아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 이번에 드러난 아동학대 사례가 지역아동센터의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관리감독이 세심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지역아동센터는 신규 시설의 경우 1회 진입평가를 받고, 이후 3년에 한 번 심화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평가 방법이 해당 시설이 자체적으로 평가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전문가 2인이 1조가 되어 해당 시설을 방문해 관련 서류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시설의 회계부정이나 아동학대를 방지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시설 이용 아동의 학부모가 평가에 직접 참여하거나, 시설 이용 아이들에 대한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정기적인 심리상담 프로그램 등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조영관 | 이주민센터 친구 상근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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