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세계의 창] 노동자 기술력 탓하기 / 딘 베이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한겨레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도널드 트럼프는 최근 위스콘신주에 있는 기술전문대학을 방문했다.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와 몇 명의 의원, 행정부 고위 관리들도 함께했다. 방문 주제는 노동자들에게 특정 기술을 제공하는 견습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것이었다. 트럼프 일행은 고용주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갖춘 노동자들을 찾을 수 없다고 한탄했다. 공화당원이 아닌 이들을 포함해 언론계의 많은 이들이 이 주제를 끄집어낸다. 이들은 미국의 노동자들이 기술 부족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증거들은 이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는데도 계속 되풀이된다. 미국 노동자들이 더 나은 훈련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른 나라들, 특히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은 대학 학위를 취득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미국보다 훨씬 잘 훈련시킨다.

개별 노동자가 더 많은 기술을 습득할 수 있으면 노동시장에서의 사정이 분명히 더 나을 것이다. 고교를 졸업한 젊은이한테는 대학에 진학하려고 노력하거나 물리치료사, 치과위생사 또는 보수가 좋은 다른 직종의 전문가가 되는 데 필요한 훈련을 받으라고 조언하는 게 가장 좋다. 정부가 이런 교육과 훈련을 촉진하면 노동자나 경제에 모두 이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수백만명의 노동자가 실업상태이거나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주된 이유가 그들이 적절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이 주장은 미국과 다른 곳에서, 분명히 진실이 아닌데도 끝없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5월에 4.3%까지 떨어졌다. 그래서 기업이 자격을 갖춘 노동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는 주장이 경기회복 초기 국면보다 더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여전히 기술 부족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기술 부족이 광범위할 때 예상되는 급격한 임금 상승을 볼 수 없다. 기업이 사업을 확장하고 싶지만 필요한 기술을 가진 노동자들을 찾을 수 없어서 사업을 확장할 수 없을 때 얘기다.

필요한 기술을 가진 노동자들은 어느 곳엔가 항상 있다. 기업들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노동자를 유인하기 위해 더 많은 임금을 제안할 수 있다. 또는 더 먼 지역에서 직원을 모집하고, 이동 및 거주 비용 제공을 제안할 수 있다.

우리는 경제의 주요 부문에서 이런 유의 노동자 입찰 전쟁을 보지 못한다. 고용주가 실제로 임금을 급격하게 올리고 있는 일부 영역의 소수 직종이 있을지 모르지만 노동시장의 대부분 영역에서는 그렇지 않다.

기술 부족론이 틀린 또 다른 근거는 주요 노동자 집단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이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다면 현재의 노동자들한테 일을 더 시키고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실제로는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2년 전보다 조금 짧아졌다. 또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주요 경제 부문도 없다.

기술 부족론은 실업률이 4.3%일 때도 타당하지 않은데, 실업률이 훨씬 더 높을 때조차 정치인들과 전문가들, 경제학자들은 그런 주장을 해왔다. 다시 말해, 정부가 돈을 더 많이 써서 해결할 수 있는 수요 부족으로 인해 경제가 분명히 악화된 경우에도 이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필요한 기술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프랑스의 새 대통령인 에마뉘엘 마크롱도 최근 대선 과정에서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10%인데, 마크롱은 일자리가 없는 노동자들한테 일자리를 얻는 데 필요한 기술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기술을 제공하려는 노력은 좋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수요 부족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날 전략이다.

노동자들이 적절한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는 주장은 정치인들과 경제정책에 관한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계속 호소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실업이 나쁜 경제정책의 산물이라는 주장은 이들한테 인기가 없다.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 페이스북] [카카오톡] [위코노미] [정치BAR]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