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직후 열리는 제1 야당의 전당대회가 이처럼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한국당 의석의 70%를 차지하는 초ㆍ재선의원들이 친박-비박 논란과 색깔론만 판치는 선거전에 식상한 탓도 있지만, 막말 선동만 일삼을 뿐, 보수 대표의 품격과 자질과는 담 쌓은 홍 후보가 일방적으로 독주하는 판세에 대한 여론의 실망이 더 큰 요인일 것이다.
'돼지발정제' '바퀴벌레' 발언 등으로 이미 수 차례 물의를 빚었던 홍 후보는 전당대회 경선과정에서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아주 나쁜 X들' '오래가지 못할 주사파 정권'이라고 비하하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일관했다. 파산상태에 이른 보수진영을 어떤 철학과 인물로 재건하고 어떤 수권전략으로 외연을 넓혀나갈지에 대한 얘기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107석을 가진 제1 야당 지지율이 여태 8~9%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한 적도 없다. 120석인 집권여당 지지율의 5분의 1을 밑도는 데도 말이다.
한국당 대표 경선엔 그 흔한 TV토론조차 없다. 홍 후보 측이 '조용한 경선' 운운하며 토론을 꺼리기 때문이다. 원유철ㆍ신상진 후보 등 경쟁자 측이 '토론 무산 시 후보 사퇴' 카드로 압박해도, 홍 후보는 "사퇴해 선거를 안 하면 더 좋다"며 막가파식 대꾸를 즐긴다. 문제는 이 같은 경선 파행과 흥행 실패를 꼬집거나 걱정하는 비판에 눈감은 채 모두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괜히 나서 새 지도부에 미운 털 박힐 필요가 없다는 계산일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연찬회를 열어 "보수의 가치를 발전적으로 계승해 대한민국 100년을 이끌어갈 미래정당으로서 자리매김하겠다"며 "7ㆍ3 전당대회를 변화와 도약의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결의한 것이 불과 20여일 전이다. 그 다짐의 잉크도 마르지 않은 지금 한국당엔 막말과 발목잡기, 보신주의만 횡행하고 있다. 이 싹수없는 웰빙 야당의 강짜를 상대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가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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