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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한겨레 사설] 평창 올림픽서 ‘남북 단일팀’ 꼭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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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한다면 올림픽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는데, 이번 단일팀 구성 제안은 한발 더 나간 것이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남북 단일팀 구성이 성사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클뿐더러, 최악의 경색 국면을 면치 못하는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뜻깊은 제안을 환영한다.

돌이켜보면 단일팀 구성을 포함한 남북의 스포츠 교류는 남북관계 개선과 순항에 윤활유 구실을 했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이 처음 단일팀을 이루어 여자 단체전 우승을 이끌어냈고, 그해 6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도 남북 단일팀이 8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그해 12월 노태우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며 분단 이후 처음으로 적극적인 남북 화해 정책에 나섰다. 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등 주요 국제경기에서 남북 선수단의 개막식 공동 입장이 이루어졌다. 남북한 공동 입장은 2007년까지 모두 아홉 차례 이뤄졌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로 맥이 끊겼고 남북관계는 교착 상태로 치달았다.

남북 단일팀이 구성된다면 앞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밝힌 대로 여자아이스하키에서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단일팀 구성까지는 넘어야 할 언덕이 적지 않다. 우선 북한이 적극적인 참가 의지를 보여야 한다.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발언을 살펴보면, 평창올림픽 참가는 물론이고 단일팀 구성에도 뜻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문제는, 북한에 출전권이 없어 단일팀을 구성하려면 국제아이스하키연맹 등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도 장관의 단일팀 구상에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어 실제로 추진한다면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리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남북 단일팀 구성을 위해 노력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도 더 능동적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

남북 단일팀 성사는 지금의 대치 국면을 화해·협력 국면으로 바꾸는 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나란히 입장하는 장면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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