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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국민혈세 사각지대 공제회]④국민연금과 비교해도 과다한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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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한 중소기업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40대 가장 이모씨의 노후 대책은 국민연금 하나 뿐이다. 이씨는 지난 1995년 국민연금에 가입해 오는 2035년 65세가 되면서부터 연금을 수령할 예정이다. 다만 최근 들어 국민연금의 재정 고갈이 예상되면서 이씨의 마음은 불안하기 그지 없다. 이씨는 "정부가 강제적으로 가입시켜 매달 급여명세서에서 20만원 안팎의 돈을 빼갈 땐 언제고 이제 와서 기금 소진을 운운하니 답답한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2. 30대의 박모씨는 지난 2006년 임관과 동시에 군인공제회 장기저축 상품에 가입해 월 20만원씩 적립하고 있다. 박씨는 "시중은행 금리보다 높고 단리가 아닌 복리라는 설명에 최근 월 납입금을 50만원으로 늘렸다"며 "선배들도 공제회 상품이 전역하면 군인연금 못지 않게 요긴하다며 추천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보증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돈을 받지 못한다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든든하다"고 덧붙였다.

저금리 시대 은행보다 최대 2배 가량 높은 이자율을 장점으로 공제회 상품이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25일 군인공제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군인공제회의 자산 규모는 9조4829억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군인의 82.5%가 가입했다. 다만 군인공제회는 근래 STX, 엘시티(LCT) 사업 시행사 등에 수천억원씩 빌려주며 각종 비리 사건에 연루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 6%대에 달하던 연 이율도 2015년 4.0%, 2016년 3.26% 등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23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향후 재정 고갈이 예상되는 56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과 달리 손실에 대한 우려는 없다. 원금 보장에 대한 규정이 명시되지 않은 국민연금과 달리 공제회 상품은 손실 시 국민 혈세로 메워주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도 공제회의 지급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공제회 자체 수익률로 이를 지급하면 아무 문제 없지만 지급률은 예금 이자율보다 높게 해놓고 손실이 나면 결국에는 국민 혈세로 메우는 구조라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 2056년 기금 고갈 예상되는 국민연금

우리나라 국민의 대표적인 노후 대비 상품인 국민연금은 최근 재정 상황이 악화되고 저금리로 수익률이 줄면서 수급자 수령금을 줄이는 등 각종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정부는 국민연금 재정 전망을 통해 오는 2044년부터 기금이 축나기 시작해 2060년 기금이 고갈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5년 새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영향으로 기금운영 수익률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낮아지면서 감사원은 지난달 국민연금 실태 분석 결과 "오는 2040년 적립금이 최대로 늘어난 뒤 2056년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예상보다 기금 고갈 시기가 4년이나 앞당겨진 셈이다.

감사원은 "고령화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져 기금 운용 수익률이 저조한 것이 현재의 국민연금 재정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은 지난 2013년 4.2%, 2014년 5.3%, 2015년 4.6%, 2016년 4.7%로 매년 공단의 예상치에 못 미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금 고갈 속도가 감사원 추계보다 1~2년 더 빨라져 오는 2054~2055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손실 우려 없는 공제회 상품

국내 주요 공제회 상품 역시 최근의 저금리 기조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 5년간 이자율이 반토막났다.

각 공제회는 과거와 같은 높은 지급률을 고수해선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며 최근 들어 잇달아 지급률을 낮추기 시작했다. 교직원공제회의 경우 지난 2013년 5.15%에서 2015년 4.32%, 2016년 3.6%까지 내렸다. 군인공제회는 지난 2012년 6%대 지급률을 자랑했지만 지난 2013년 5.4%로 인하했다. 2015년엔 4.0%, 2016년엔 3.26%까지 낮췄다. 행정공제회도 지난해 4.08%에서 지급률을 3.4%까지, 경찰공제회도 같은 기간 4.37%에서 3.42%로 내렸다.

이처럼 반토막 난 수익률에도 불구 공제회는 공무원연금 처럼 국가에서 지원금을 줄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여전히 80%가 넘는 높은 가입률을 자랑한다. 국민연금과 달리 손실에 대한 우려가 적다는 입장이다.

이날 각 공제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국내 5대 공제회별 자산 규모는 교직원공제회가 26조6601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군인공제회 9조4829억원, 대한지방행정공제회 8조2196억원, 경찰공제회 2조1307억원, 소방공제회 6067억원 등이다. 회원 수만 5대 공제회 통틀어 129만5124명에 이른다.

다만 이들 5대 공제회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공제회 평균 2245억원씩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높은 급여율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투자 등이 적자의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공격적인 대체투자를 벌여 온 군인공제회는 부동산 투자 손실 등으로 지난 2015년 한 해 2000억원 이상 적자를 냈고 경찰공제회는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파생상품인 유가 파생결합증권(DLS)에 800억원을 투자해 지난 2015년 기준 총 387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조성일 중앙대 교수는 "아직은 회원이 내는 납입금이 더 많아 지금 당장 공제회 기금이 바닥나는 일은 없겠지만 적자가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국민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자산운용 인력 전문성 강화, 리스크관리 체계 등 공제회들이 마련한 자구책이 지속 가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외부의 관리감독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봉준 기자 bj35sea@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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