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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시간 지난 음주측정치, 처벌 기준으로 유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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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 곁들인 뒤 운전하다 사고 낸 택시기사

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취소 해당 수치 나와

운전 당시 기준치 초과 여부에 1·2심과 대법원 엇갈려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사람에 대해 알코올 농도 상승기에 측정한 음주량을 처벌 기준으로 삼은 것은 정당한 것일까? 이에 대해 1·2심과 대법원이 각각 다른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A(51)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A씨를 무죄로 판단한 하급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4년 5월 10일 밤 9시30분쯤 울산의 한 주택가에서 골목길에 진입하다 길가에 서있는 차를 살짝 들이받았다. 사고를 내기 10분 전 근처 식당에서 지인과 밥을 먹으며 막걸리 반 병을 마신 상태였다.

술 냄새를 맡고 A씨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걸 알게 된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했다. 사고가 난 지 45분쯤 지나 경찰이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0.097%,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경찰은 그를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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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은 범죄. [일러스트=박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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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처벌 근거로 삼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음주 후 30분~90분 사이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는 상승기로 본다. 경찰이 A씨의 음주측정을 한 시점은 술을 마신 마지막 시간으로부터 55분쯤 지난 때였다. A씨는 사고가 난 45분 전에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0.05%)에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1심 법원은 “피고인이 운전한 시점은 혈중알코올농도가 상승하는 시간대여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45분 뒤의 측정치보다 상당히 낮았을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음주량과 시간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공식인 위드마크를 적용해 A씨가 사고를 냈을 때 혈중알코올농도 추정치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101%라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위드마크 공식을 이용한 추정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2심 법원은 공식의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1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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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문제로 논란이 됐던 이창명씨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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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마크 공식은…적시에 음주측정이 곤란하거나 시간이 지나 알코올농도를 확인하기가 어려울 때 주로 이 공식을 활용해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한다. 검찰과 경찰이 조사 과정에서 즐겨 활용하지만 법원이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지난해 4월 신호등을 들이받고 달아났던 방송인 이창명씨 사건에서 경찰은 잠적한 지 20시간 만에 나타난 이씨에 대해 이 공식을 적용해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0.148로 추정했지만 법원은 추정 방법이 막연하다며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 2심과 다르게 판단했다. 사고 당시 A씨의 입에서 술 냄새가 나고 말을 더듬는 등 상당히 술에 취해 있었다고 볼 정황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또 운전 12년 경력자인 그가 술에 취해 있지 않았다면 사고를 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유길용 기자 y2k753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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