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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초점]무너진 교육현실, 지역 구성원 모두가 나설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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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뉴시스】김종효 기자 = 전북 부안군에서 연이어 발생한 남자 교사의 여학생 성추행 사건과 폭력은 물론 학생 간 폭력과 자살까지 '학교폭력'이 정의하는 거의 모든 사건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5살 어린이에게 주의를 준다며 뜨거운 밥그릇을 얼굴에 갖다 대 2도 화상을 입힌 한 어린이집 여교사의 아동학대범죄가 약과에 불과할 정도다.

부안군이 인구 6만명 회복을 위해 각 부서와 읍면별로 매일 상황을 점검하며 관리하고 온갖 인구유입 정책을 쓰고 있지만 정작 미래의 주민이 될 아이들은 교육현장에서 '애향심'보다는 '환멸'이란 의미를 먼저 깨닫고 있다.

부안의 한 고등학교에서 재학생 중 40여명의 여학생이 A교사의 상습적 성추행과 폭력, 폭언, 상납 강요, 협박 등 피해를 호소해 교육당국이 조사 중이라는 사실이 지난 20일 뉴시스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며 지역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A교사의 행동에 졸업생들까지 증언에 가세했고 졸업생들은 악습을 떨쳐내지 못하고 후배들에게 물려줬던 점을 미안해하는 상황이다.

부안지역에서 교사에 의해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전교생이 19명에 불과한 부안의 한 중학교에서는 최초진술에서 여학생 8명 가운데 7명이 B교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거나 목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은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

심각한 학교폭력사건으로 파악돼 조사가 시작됐지만 학생들이 진술을 번복했고 학부모들은 조사 동의에 응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의 수사과정에 아쉬움이 많았다.

B교사, 피해 학생의 학부모들, 학교운영위원장 모두가 직간접적 지인 관계로 전해지며 학생들의 인권은 사라졌다.

이후 5월에는 부안의 한 초등학교 1학생 어린이가 C교사가 던진 지휘봉에 코를 맞아 코뼈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다.

"자리에 앉으라는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8살 어린이의 얼굴로 50㎝길이의 지휘봉이 날아들었다.

현장에서 응급조치도 없었다. C교사는 "실수였다. 다친 줄 몰랐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후에 부안교육지원청은 관내 교사들을 대상으로 청렴 교육 등 관련 소양교육을 강화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학생들 간 학교폭력도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5월 또 다른 한 고등학교에서 집단폭행 사건이 있었고, 이달 들어서는 서로 다른 중학교 학생들이 만나 발생한 폭력사건이 있었다.

특히 지난 10일에는 역시 부안의 또 다른 한 고등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을 견디다 못한 여고생이 집안에서 목을 매 숨지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학교폭력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단기간에 몰아서 발생한 충격적 사건들, 지역의 어린 학생들은 공포스런 교사의 권위에, 일상다반사가 돼버린 학우 폭력에 힘겨워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가치가 실종돼 버린 현실에서 사건 대처에 급급한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학교폭력 대응과 관용 없는 처분으로 바로 잡겠다"는 원론적 방침은 어떤 실효를 거둘지 의문스럽다.

"세상에 문제아는 없다. 문제 가정, 문제 학교, 문제 사회가 있을 뿐" 영국의 교육가 알렉산더 닐이 한 말이지만 이는 부안교육의 현주소다.

무너져버린 부안의 교육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교육 당국 뿐만 아니라 지역의 모든 구성원이 매진하는 '교육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seun66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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