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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폭염 속 4시간 기다림 끝에 2분의 감동’...스페이스X 재활용 로켓 발사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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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떠났다. 2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네버럴 기지에서 14시 10분으로 예정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 발사가 1시간이 연기됐다는 장내 아나운서 방송이 나온 뒤였다. 35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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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 발사를 지켜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김민수 기자



미국 플로리다주 티투스빌(Titusville)에 위치한 미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 우주센터의 39A 로켓 발사대에서 3.5마일(약 5.6km) 떨어진 이 곳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39A 발사대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이 날도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 발사를 육안으로 지켜보기 위해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렸다. 발사를 지켜보기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오전 11시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발사 연기 소식에 케네디우주센터를 방문한 관광객 일부가 자리를 떴지만 수백 명의 사람들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날 스페이스X는 불가리아의 첫 통신위성을 정지 궤도(고도 약 3만6000km)에 쏘아올릴 예정이었다. 당초 19일(현지시각) 발사할 계획이었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한차례 연기된 터였다. 자리를 함께 지켰던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사업본부장은 “발사 카운트다운에 차질이 생겨 1시간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큰 문제가 없다면 15시 10분에 예정대로 발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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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발사되는 모습을 3.5마일(약 5.km) 떨어진 곳에서 촬영한 모습./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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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발사되는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은 지난 1월 쏘아올렸던 로켓을 재활용한 로켓입니다. 오늘 발사된 로켓도 여기서 400마일(약 644km) 떨어진 바다 위 스페이스X의 드론쉽을 이용해 또 회수될 겁니다. 그거 아시죠?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가 해상 로켓 회수를 위한 드론쉽에 ‘Of course, I still love you’라는 문구를 적어놓은 것을요. 스페이스X가 어떤 회사냐구요? 40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현재 6000여명이 근무하는 우주 로켓 전문기업이죠. 놀랍지 않나요?”

장내 아나운서는 발사 관람객들이 지루해 하지 않도록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맛깔나게 전했다. 발사장의 디스크 자키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관람객들의 질문을 받고 답을 하면서 틈나는 대로 음악을 틀어 분위기를 이끌었다.

다시 1시간이 지난 2시경 발사장엔 미세한 움직임이 보였다. 다시 10여분이 지나자 로켓 주변에 흰 연무가 보이기 시작했다. 70분 전 연료인 로켓용 ‘케로신(등유)’ 주입이 시작됐고 곧이어 추진제인 ‘액체산소’가 로켓의 연료탱크에 주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나운서가 “여러분, 좋은 소식(good news)입니다. 팰컨9에 연료가 주입되고 있다는군요.”라고 말하자 장내에선 짧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고정환 본부장은 “발사 불과 1시간여를 남기고 연료와 액체산소를 주입한다는 것은 연료를 주입하는 펌프의 힘과 배관의 크기가 상당하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며 “연료 주입이 굉장히 빠르게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스페이스X의 경우 로켓용 케로신을 연료로 사용하는데 밀도가 높아 같은 부피의 연료를 채워도 화력이 좋다”고 설명했다.

발사 15분을 앞둔 오후 2시 50분경 스피커에 흥분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울렸다. “15분 전입니다. 여러분, 발사가 시작되면 카메라, 캠코더에 눈을 오래 두지 마세요. 그냥 지켜보세요. 스펙터클한 광경일 겁니다. 발사 카운트다운은 여러분이 하는 겁니다. 10, 9, 8, 7... 여러분이 하는 카운트다운 소리가 로켓 발사 소리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자신합니다(관람객들 웃음). 이제 스페이스X가 발사 장면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웹캐스트’로 마이크를 넘깁니다.” 발랄한 아나운서의 조금 더 흥분된 목소리에 분위기가 고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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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가 실시간 중계하는 웹캐스트 방송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간략한 발사 브리핑을마친 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10, 9, 8, 7, 6을 외쳤을 때 팰컨9 로켓은 거대한 화염을 뿜으며 서서히 하늘로 솟구쳤다. 웹캐스트의 카운트다운이 정확하지 않았던 건 통신 지연 때문이었다.

다시 몇 초가 지나자 ‘따~따~땅~땅’ 하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팰컨9 로켓은 섬광처럼 밝은 화염을 뿜으며 하늘로 올라갔다. 약 1시간이 지난 뒤 통신 위성 분리와 로켓의 해상 회수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 장면을 처음으로 지켜보기 위해 멀리 떨어진 인디애나주에서 왔다는 여성인 니콜(성은 밝히지 않음)은 “감격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꼈다”며 “방학을 맞아 꼭 한번 스페이스X의 발사를 보고 싶다는 남편의 뜻에 따라 먼 길을 온 것이 전혀 후회되지 않을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불과 2분여 만에 로켓은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인간이 만든 고도의 과학기술 집합체가 주는 경외감을 느끼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케이프커네버럴=김민수기자(rebor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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