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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한겨레 사설] 최순실씨의 ‘교육농단’ 확인한 이대 비리 유죄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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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법원이 23일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사건 관련자들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김수정)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을 통해 최순실씨의 부탁을 받은 김경숙 전 이대 신산업융합대학장 등 관련자들의 순차적 공모 사실이 인정된다”며 최씨에게 징역 3년, 최경희 전 총장과 김 전 학장에게 징역 2년 등 관련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류는 아니었으나 국민들의 충격은 ‘국정농단’ 못지않게 컸다. 대통령 권력을 등에 업은 ‘비선 실세’가 대학 고유업무인 입학·학사 시스템까지 좌지우지했다는 사실은 대학과 일반 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법원의 유죄 판단은 정치권력을 앞세운 ‘교육농단’이 모두 사실이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사필귀정이긴 하나 입맛은 쓰다.

재판부는 최씨의 그릇된 특권의식을 지적하면서 “국민과 사회에 준 충격과 허탈감은 크기를 헤아리기 어렵고 ‘빽도 능력’이란 냉소가 사실일지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생기게 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가 밝혔듯이 대학에 대한 신뢰를 허물고 공정한 평가를 기대한 학생들에게 배신감을 안겼다는 점에서 중형 선고는 당연한 결과다. 특히 최씨 모녀가 서울 청담고 시절부터 뇌물로 거짓출석을 인정받는 등 비리와 특권을 당연시해온 행태는 단죄받아 마땅하다. 비선 실세의 교육농단을 방조한 교육자들의 각성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가능하게 한 시대착오적인 학사행정과 대학문화 등 여러 가지를 돌아보게 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화여대 관련자들의 중형에 비춰 보면, 최대 수혜자인 정유라씨가 활보하는 상황은 어색하다. “돈도 실력”이라며 국민적 분노를 유발하고, 학사 비리에 직접 가담한 사실이 이번 판결에서도 확인됐다. 장기간 해외 도피에다 제3국 국적 취득을 시도하고, 사법공조를 통해 강제송환된 사정까지 감안하면 법원이 두차례나 영장을 기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페이퍼컴퍼니 코레스포츠의 주주였고, 거액의 월급을 받는 등 성인으로서 주체적인 경제활동도 해온 것을 보면 “아무것도 모른다”는 정씨 주장은 믿기 어렵다.

앞으로 이대 비리뿐 아니라 최씨 일가의 국내외 재산 등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남은 진실에 대해서도 철저한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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