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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매경춘추] 교과서 안 보는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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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학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책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모습이다. 그 책가방 안에는 그날 수업에 필요한 필기구며, 준비물과 교과서가 들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새 학생들 가방에는 교과서가 들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스마트폰, 태블릿PC처럼 가볍고 어디서나 인터넷에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장비들이 대중화되면서 굳이 무겁고 제한적인 정보를 싣고 있는 교과서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사라졌다. 특히 대학생들은 더더욱 그렇다. 무거운 전공서적을 들고 낑낑대며, 강의실을 옮겨 가며 수업을 듣기에는 전공서적은 너무 두껍고 강의실은 너무 멀다.

필자는 오랫동안 대학에서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왔고, 안과의 방대한 지식을 짧은 시간에 가르치기 위해 교과서의 내용을 요약하여 PPT 파일로 강의를 진행해왔다. 해가 갈수록 강의실에서 보이는 교과서의 수가 점차 줄어드는가 싶더니 근래에는 미리 나눠준 PPT 파일만 책상 위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다. 이미 두꺼운 책을 펼쳐 들고 앉아서 정독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고, 책보다는 작은 태블릿PC의 화면이 더욱 익숙해진 것도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태블릿의 시대라고 해서 정리된 것만 요약해서 짧은 시간에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책의 삼매경에 빠져 들었던 과거의 낭만은 시대가 바뀌면서 포기해야 한다 하더라도 책의 전후를 읽어가면서 얻게 되는 답 외에 과정을 좀 더 알 수 있었던 것을 지금은 놓치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빠르게, 효율적으로, 인쇄까지 되어버리는 현 세태에 아쉬운 부분이다. 책을 읽으며 얻은 지식을 서로 나눌 때 같은 답이라 할지라도 조금은 서로 다른 해석과 접근 방법을 배우게 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게 될 것이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손으로 글씨를 쓰며 학습하는 것이 컴퓨터를 이용하여 학습하는 것보다 두뇌발달, 학습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8개 주는 손 글씨 교육을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 의무적으로 포함시키도록 했다고 한다. 정보의 바다에서 쉽고 빠르게 학습하는 것도 좋지만, 전후 내용을 뒷받침할 부연 설명, 전개 과정까지 이해할 수 있어야 이보다 더 나은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문남주 중앙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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