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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팍팍한 살림살이 화끈하게 잊어볼까"…매운맛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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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식품·편의점 매출 껑충
간편식·치킨·제과 트렌드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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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의 자체 간편식 브랜드 '싱글즈프라이드' 코너. 특히 인기 있는 '불맛나는 직화불막창'의 경우 내놓기가 무섭게 없어진다.(사진=오종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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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불닭발 한 번 드셔 보세요!" 집 근처 대형마트 식품매장에 들른 주부 최모씨는 가정간편식(HMR) 불닭발 시식코너 점원의 얘기에 3개를 연달아 먹었다. 최씨는 "시식해 보니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맵다"며 "여러 개 사서 집 냉동실에 넣어두고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하나씩 꺼내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불경기 스트레스를 '입에 불 나는' 매운맛으로 푸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과자, 라면 등 매운맛을 앞세운 가공식품과 소스류 뿐 아니라 외식메뉴도 매운 맛을 강조한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불황엔 너도나도 매운 음식을 찾는다'는 속설을 여지없이 입증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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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꽃게랑 불짬뽕'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마켓의 올해 1~5월 전체 매운맛 가공식품 매출 신장률은 45%에 이른다. 매운맛 어묵이 1년 전보다 181% 더 팔려 가장 두드러진 실적 증가세를 나타냈다. 매운 라면(61%), 만두ㆍ떡볶이(59%), 과자(43%), 소스(19%), 조미료ㆍ양념(15%) 등이 뒤를 이었다. 2014년 31%였던 매운맛 가공식품 판매 증가율은 2015년 6%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51%로 반등했고, 올해도 높은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11번가에서는 1월1일부터 지난 19일까지 매운맛 라면과 과자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각각 42%, 35% 뛰었다.

간편식도 매운맛이 대세다. 편의점 GS25는 1~5월 매운 간편식을 전년 동기 대비 32.7% 많이 팔았다. 같은 기간 CU 자체 브랜드 상품 '자이언트'의 떡볶이ㆍ라볶이ㆍ빨간순대 매출은 29.5% 증가했다. 홈플러스에선 지난해 8월 출시한 '싱글즈프라이드'(자체 간편식 브랜드) 직화불닭발ㆍ불막창이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인터넷상에서 시식 후기가 이어지며 입소문 만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내놓는 즉시 동나는 통에 구하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다.

매운맛 하면 치킨 역시 빠지지 않는다. 2015년 12월 출시돼 매운맛의 시초가 된 굽네치킨 '볼케이노'는 이날 현재까지 누적 매출이 1700억원에 달한다. 한 마리 가격이 1만7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1년 반 새 1000만마리가량 팔려나간 셈이다. 제과업계도 한창 열풍이었던 '허니', '단맛' 등에서 벗어나 매운맛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엔 도넛 프랜차이즈 크리스피크림에서 매운맛 도넛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크리스피크림 '매운 오리지널'은 청양 고추보다 매운 멕시코산 고추 할라피뇨를 잘게 썰어 넣은 도넛에 설탕물을 입힌 제품이다. 도넛ㆍ베이커리업계에서 매운맛 상품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매운맛 전성시대는 팍팍한 살림살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매운맛의 핵심 성분인 캡사이신은 뇌신경을 자극해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 전환을 돕고 신진대사도 촉진시킨다. 불경기에 무더위에 답답한 마음을 입이 얼얼할 정도의 매운 음식 한 방으로 뻥 뚫어버리는 것이다.

유통업체들은 매운맛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관련 상품 개발ㆍ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매운맛이 라면, 떡볶이, 불닭 등 즉석식품에 이어 제과ㆍ제빵업계로까지 확대되기 시작했다"며 "각 업체들이 새로운 콘셉트의 매운맛 제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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