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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北, 관광객 유치 적극적… 기자-한국인만 아니면 비자 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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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사망 파장]年8000명 ‘위험한 평양 여행’

동아일보

인터넷 검색만 해도 전 세계 북한 여행사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북한 여행사 운영자들은 대부분 북한에서 유학했거나 여행을 갔다가 호기심이 생겨 사업을 시작한 경우가 많다. 연간 외국인 1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는 북한은 전방위적으로 이들의 북한 관광을 부추기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 전문 여행사 ‘평양 트래블’을 운영 중인 안드레 비티히 대표는 2012년 친구들과 함께 북한에 여행을 갔다가 ‘김일성 탄생 100주년’ 군사 퍼레이드를 보고 반해 베를린에 있는 북한대사관을 찾아갔다. 비티히는 “북한대사관은 매우 적극적으로 북한 관광청 대표부와 주선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 신청이 들어오면 북한 관광청과 연결해준다. 여행사 창업 비용도 많이 들지 않았다. 비티히는 별도의 사무실도 두지 않고 친구 두 명과 함께 온라인으로 운영 중이다. 중국의 북한 전문 여행사 영파이어니어투어는 “유럽, 아시아, 심지어 미국에도 북한 전문 여행사가 있다”고 말했다.

비티히는 북한만큼 비자를 받기 쉬운 나라도 없다고 했다. 전 세계 북한대사관에 가서 40∼60유로만 내면 별 어려움 없이 2∼4주 안에 비자를 받을 수 있다. 한국인과 기자, 두 부류만 아니면 된다.

각 여행사는 수십 개의 관광상품을 운영 중이다. 북한은 자강도를 제외한 8개도를 모두 외국인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북한 나선까지 배로 가는 스쿠버다이빙 코스도 새로 생겼다. 요즘 북한 여행사들이 가장 추천하는 상품은 4월 평양 마라톤대회다.

여행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대체로 북한을 찾는 서방 외국인은 20∼40대 남자가 대부분이다. 비티히는 남녀 비율이 8 대 2라고 했다. 전 세계로 여행을 많이 다닌 마니아들이 호기심에 이끌려 북한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북한의 국내 축구경기 관람 투어는 축구를 좋아하는 유럽인에게 인기가 있다. 유럽인에게 여행비용이 싼 편은 아니다. 일주일 정도 단체여행을 하면 보통 2000유로(약 250만 원) 이상 든다.

안전 문제와 관련해 비티히는 “여행 전에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사전에 교육한다”며 “예를 들어 군과 관련된 사진은 찍어서는 안 된다는 것 등”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나라건 그 나라 법을 심각하게 어길 경우 범죄가 된다”고도 했다. 여행 도중 몸이 아플 경우 “외교관과 외국인을 위한 평양 병원을 이용한다”고 했다. 호주에서 활동 중인 통일투어는 “평양에 있는 스웨덴대사관이 긴급 의료 상황에 필요한 기구들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북한 외국인 관광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상대적으로 안전 이슈가 덜한 편이다. 중국 국적을 가진 북한 관광객의 경우 김일성 김정일을 비하하는 발언 금지 등 주의 사항은 있지만 북한을 관광하다가 문제가 돼서 억류된 경우는 없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비자 신의주 반나절 관광상품’이 나왔다. 북한은 여권 없이 관광할 수 있는 신의주의 면적을 현재의 3만 m² 이내에서 13만 m²로 4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직접 차를 몰고 압록강 다리를 넘어가는 신규 관광상품에 대한 기대가 크다.

관광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조선족자치현 항구 및 허룽(和龍)시 항구를 통해 배를 타고 북한을 둘러보는 두만강 수상(水上) 관광상품도 나왔다. 허룽시는 북한과 함께 백두산 ‘무봉국제관광특구’ 관광 인프라 확충에 나선다. 북-중 통관 수속을 간소화하고 특구 내 온천 호텔 승마장 등 관광시설도 늘릴 계획이다.

그동안 미국은 사업 목적의 북한 방문은 금지했지만 여행은 허용해왔다. 북한에 장기 억류됐다가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을 계기로 미국 내에선 북한 여행을 즉각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1일(현지 시간) 북한으로의 여행을 잠정적으로라도 즉각 금지하라고 미 정부에 촉구했다. CSIS는 이날 성명에서 “일시적으로 미국 시민의 북한 여행을 즉각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고려할 수 있다”며 “미 정부가 북한 당국에 대해 웜비어 씨의 억류 과정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설명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웜비어 씨의 여행을 주관한 여행사를 포함한 모든 북한 여행 관련 회사들에 대한 제재를 재무부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베이징=구자룡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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