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이 집행된 인사를 옹호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구속돼 유죄판결을 받았던 한승헌 변호사(83·사진)가 42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이헌숙 부장판사)는 22일 1975년 한 변호사가 반공법 위반으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한 변호사는 중앙정보부의 조작 사건 중 하나인 ‘유럽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김규남 국회의원(1929~1972)이 사형됐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한 잡지에 ‘어떤 조사’라는 글을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 변호사는 사형제도를 비판하는 글이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검찰은 한 변호사가 김 의원을 옹호해 북한의 선전활동에 동조하고 고무·찬양했다며 기소했다.
당시 한 변호사는 집행유예로 풀려나기까지 9개월간 구치소에 수감됐고 유죄판결 후 8년간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후 2015년 대법원이 김 의원에 대해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함에 따라 한 변호사도 재심을 청구했다.
이날 재판부는 당시 수사기관이 한 변호사를 연행해 불법 구금한 상태에서 조사를 했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도 했다며 신문조서 등을 유죄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한 변호사의 글에 반공법이나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는 주장이 없고, 이 글이 북한의 선전에 동조한 글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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